사장님을 처음 뵌 건 2월, 좋은 투자인데, 진행이 잘 안되었다. 투자규모도 변하고, 조건도 달라지고, 어느 기관에서는 예정된 투심 위가 당일 취소되기도 했다.
회사는 수년 전 25억을 투자받았다. 정부자금에 대한 매칭 투자로, 9개 기관의 지분율이 11.5% 였다. 이후 예상대로(!) 사업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자금은 필요한데 기존 투자자 중 누구도 나서지도 협조하지도 않았다. 불구경이었다.
시간만 흘러갔다. 그나마 실적이 2월, 3월 상승세였다. 다행이었다. 사장님도 생각을 바꿨다. 힘들지만 그냥 가보려 했다. 그랬는데,,, 5월부터 7월까지 1/3 토막이 났다. 또 반전, 10월, 11월 급상승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장님은 천당과 지옥 셔틀을 타고 있었다. 자금 확보가 중요했다. 생존을 위해, 성장을 위해. 어느 쪽이던 자금은 필수다.
다시 투자유치가 논의했고, 일사불란, 전광석화로 진행했다. 먼저 주총 디데이를 잡고, 이를 위한 이사회, 주총을 통해 정관 변경, 이사회를 통해 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 계약서 협의, 투심 위 진행, 주금 납입. 한치의 오차도, 지체도 없었다. 소외된 기존 기관들은 불만은 있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다음 해 기존 기관투자 담당자이 부탁했다. 늦었지만, 증자에 좀 참여하고 싶다. 두 달이 지났지만 같은 조건으로 소액이나마... 들어줬다. 이제라도 기존 투자자와 동반 투자하는 모양이 좋았다. 혹시 모를 뒷말도 없애고.
처음부터 같이 했다면 좋았을 것인데, 그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왜일까?
우선, 기존 투자 자체가 소액, 소수지분이다. 투자자 모두가 고만 고만하다. 누가 대표성을 가지기도 어렵다. 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게 애매하다. 의미 있는 투자를 했어야 한다.
또 하나는, 투자성향과 관련된 부분이다. 투자 “한건 한건"이 사내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다. "이 투자 못하면 안 돼"라는,, 그렇게 했는 데, 막상 투자하고 진행을 보니, 영~ 체면이 아니다... 강한 투쟁일수록 자괴감은 더 크다. 피봇을 해서 가능성을 보여도, 또 주장하기가 좀 그렇다.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하지만, 두 번의 실패는 감당이 어렵다. 투자기업의 장밋빛 전망-당연히 높은 밸류에이션-과 (그럼에도) 투자하고야 말겠다는 심사역의 강한 오버가 새로운 진행을 방해한다.
투자기업의 발전과 함께, 필요할 때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은 투자다. 기존 투자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가가 결과에도 중요해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리딩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조합의 만기, 재원의 소진 등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추가 투자가 없다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번 한번 투자가 “다"가 아니다. 노련한 심사역은 투자의 의미를 가지는 정도로만, 전망을 자제한다. 그것도 달성하기 쉽지는 않다. 말보다 실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 근접한 성과가 추가 투자의 기반이 된다.
신뢰를 지키려는 노력이 신뢰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