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사건의 근원은 사람

by 고병철

선거 때가 되면 어떤 분들이 어디로 이동했네 하는 뉴스가 많다. 나는 전 국회의원 한 분을 기억한다. 그분의 동생은 사업을 오랫동안 했다. 동영상 처리 기술이 뛰어났고, 투자도 받았다. 나름 내공 있는 벤처였다.


미국에 수출도 하고, 쏠쏠한 실적으로 코스닥 상장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투자자들에게 “고마웠다. 이제 고생 끝났다” 며 인사를 돌리던 참이었다. 한데, 시장은 "거품" 우려가 커지면서 얼어붙었다. 공모가 갭은 커지고, 일정은 미뤄졌다. 설상가상 회계투명성, 실적 등 등록요건도 까다로워졌다.


장외에서 "묻지 마"로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의 우려와 불안, 걱정은 점차 분노로 바꿨다. 개인투자자 A는 최대주주인 사장님에게 자기 주식을 매수 가격에다 이자를 더해 사줄 것을 요구했다. 사장님이 응할 이유가 없었다. 지분도 50%가 넘는데, 거품 잔뜩 낀 장외 가격으로. 더구나 자기가 판 것도 아니고. 당시 A는 대기업에서 일했고 업무상 법을 좀 알았다. 몇 차례 요구했지만 반응이 없자, 소액주주 26명과 함께 사장님을 형사 고발했다.


회계분식, 업무상 횡령, 사문서 위조, 조세범 처벌법 위반, 외국환 거래법 위반, 뇌물공여 등.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중 하나가 인정되면서, 사장님은 구속되고 유죄를 받았다. (당시 사장님의 형은 고위공직자였지만 영향력 무) 이 과정에 투자기관으로도 불똥이 튀고, 몇 분들이 불명예를 당했다. 기세 등등한 소액투자자들이 “비대위”를 꾸렸다. 직원들도 일부 가담했다. 그들은 KTB 에 찾아와 지지를 요청했다. 회의는 가락시장에서도 열렸는데, 청과물 가게 사장님도 꽤 규모 있는 소액주주였다.


어떻게 되었을까? 다 부질없었다. 누구의 뜻대로도 되지 않았다. 상장은 물 건너갔고, 주식은 휴지가 되었다. 회사는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었다. 혹시 누군가 바랬을, 회사 매각도 없었다.


난, 판사님의 선고를 직접 듣기 위해 공판도 참관했다. 구속 중이던 사장님에게 2페이지 꽉 차게 편지도 썼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당신에게 전부인 회사 재건을 위해 지분을 포함해 내려놓을 건 내려놓으시라고 권했다. 이해하셨다.


본건은 이해관계자도 많고 첨예했다. 공부할 것도 많았다. 경영행위의 범법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경영진, 주주 간의 커뮤니케이션, 내부자의 정보 유출 등. 불명예스러운 일이 없도록 심사역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도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어떻게 그 많은 개인들이 주주가 되었을까? 인터넷 공모도 없었는데. 이 회사는 친구 3명이 공동 창업했다. 그중 한 분이 지분을 팔아 독립할 자금을 마련했는데, 그 과정에서 주식이 쫙 분산되었다. 그놈(A)에게 걸려든 게 재수 없는 일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주주(지분) 관리가 미숙했다. 개념 조차 없었다.


리소스가 제한된 벤처기업은 최대의 효율을 올리는 구조여야 한다. 이해관계가 유사한 주주들로 유지해, 불필요한 곳에 역량을 분산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분이 많은 창업자들 사이에는 이런 구조를 유지시킬 장치가 필요하다. 모든 문제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6. 돈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