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전 직장은 투자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다.
투자 자산관리, 표준 계약서, 권리관계 서류 목록 등 규정이 촘촘히 있다. 몇 년 전 5월 새로 생긴 투자회사로 옮겼다 신생회사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을까 걱정했다. 그냥 전 직장 규정을 그대로 베껴올 까도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일단 조직이 작다. 한두 사람이 회계, 경리, 조합, 자금 등 업무 폭이 넓다. 어떤 업무를 강조하면 다른 업무를 할 시간이 없다. 게다가 규정이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왜 있는지도 모르는 것들도 있다.
런던비즈니스 스쿨 Gary Hamel 교수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우리 안에 원숭이 다섯 마리가 있고, 사다리 위에 바나나를 놓았다. 어떤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으려고 사다리에 올라가면 나머지 원숭이들에게 차가운 물을 뿌렸다. 그러자 나머지 원숭이들이 그 원숭이를 공격해 내려오게 했다. 원숭이 한 마리를 바꿨다. 신참 원숭이가 사다리를 올라가다 영문도 모르고 공격당했다. 또 한 마리를 바꿨다. 아까 그 원숭이가 더 공격했다. 이렇게 처음 있던 5마리가 다 바꿨다. 그래도 누군가 사다리만 올라가면 공격했다. 물벼락과 상관없게 되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물어보면 원숭이는 이렇게 말할 거다.
"나도 몰라, 여기서 늘 해오던 방식이야”
우리의 방식도 마찬가지 일거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면서, "당연", "관행"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심지어 비슷한 규정 때문에 두 번 세 번도 한다. 이런 일들로 시간을 뺏기고, 의욕이 꺾인다. 의미 없는 규정을 피해 가려고 또는 지키려고 창의적인 편법이 나오고, 또 새로운 규정이 생긴다.
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 자동차 부품회사 파비(FAVI)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1985년 신규 고객사 피아트가 공장 시찰을 나오기로 한 날이었다. 오후 내내 아무 연락이 없어 CEO는 퇴근했다. 비행기 연착과 출발 지연으로 밤에 공항에 내린 피아트 감사가 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안 받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야간 청소부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회사 차를 몰고 공항으로 갔다. 감사를 호텔로 안내하고 돌아와 청소를 마저 끝냈다.
그녀는 미리 자동차 사용 신청을 할 수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다. 외근 간다고 결재받지도 않았다. 파비에서는 그렇게 한다 했다.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복잡한 규정 대신 간단한 질문으로 대체한다.
“Why", "우리가 지금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파비 사에서는 이에 공감한 구성원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한다. 그래서 규정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헌신적으로 일한다고 것이다. 파비의 이런 문화가 우리 업무에도 적합할까 생각했다. 과거에는 대량생산 체제에서 같은 일을 반복했다. 업무를 표준화하고 확고한 명령체계로 일사불란하게 통제했다. 베스트 케이스를 만들어 가르쳤다. 그런 결과물이 규칙, 매뉴얼, 체크리스트다.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정의했다. 회사가 “하우"를 생각하고 직원은 실행하기만 했다. 효과도 컸다.
우리가 하는 일은 투자다.
세상은 변화하고, 거기에 기회가 있는 게 투자의 본질이다. 사회가, 시장이, 사업이 변한다. 창업자가 다르다. 같은 창업자도 작년, 올해 다르다. 우리도 어제보다 더 많이 들었고, 알았고, 경험했다. 강은 같아도 물은 다르듯 투자에서 같은 일은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
또 우리 업무는 담당자가 중요하다. 상황을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찌르레기 떼에서 다가오는 매를 제일 처음 발견하는 것은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새다. 물고기가 강 중앙에 있는 것을 보고 미끼를 던져도 될까요 물어보는 사이에 다 도망간다. 그 즉시 리스크와 기회를 판단하고 일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안된다. 이렇듯 투자업무는 “How”를 규정하기도 어렵고, 담당자가 빠르게도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는 담당자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판단해야 한다. 또 공통된 가치관으로 그렇게 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 , 즉 “Why”에 대한 공감이다.
파비 사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Why"에 대한 공감으로 많은 규정을 대체할 수 있다.
작고 새로운 우리 회사는 명령과 통제가 관행이 된 “How” 기업이 아니라 이유와 목적을 함께 공감하는 “Why”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Why”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