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1
어느 기사가 눈이 들어왔다. 부산 스타트업이 유명 VC한테서 50억을 투자를 받았다는 거다. 수백억 투자 딜이 흔하지만 특별했다.
그 사장님, 그 청년을 처음 알게 된 건 2년 전. 페이스북 글에 인상을 받았다고 페메로 말을 걸어왔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18살에 창업을 생각하고, 회사를 알아야겠다며 2군데 인턴을 했다. 자금이 필요해서 하루 2시간 자면서 4군데 아르바이트했다. 6개월 동안 모은 2천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인턴 시절 연구소장님을 스카우트했고, 50회 박람회를 다니면서 연구하고 상품화했다.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주면 판교로 찾아가겠다.
이메일로 사업계획서를 받았다. 아이디어가 좋은 생활용품이었다. 그때는 부산이 좀 멀었다. 그 지역 VC로 이직한 지인에게 전화했다. 시간 좀 내줘라 부탁했다. 나도 한번 만나야 하는데 하면서 시간만 지났다. 까맣게 잊고 있다 좋은 뉴스를 보니 기뻤다. 좀 더 잘 알아볼 걸 아쉽기도 했다.
이번엔 내가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오, 축하해요 하고. 반갑게 대화를 이어갔다. 힘들 때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하면서. 시간 내주면 인사드리러 가겠다 했다. 사무실 근처에서 칼국수 한 그릇 했다. 그때 지인이 또 지인을 소개하고 그래서 이번 라운드까지 왔다고 했다. 자기가 보낸 콜드 메시징에 응답해주고 액션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최소한의 나의 호의가 그에게는 힘이 되었나 보다.
콜드 메일은 지금도 많다. 대부분 건성으로 보고 만다. 그 청년의 메시징은 무시할 수 없었다. 큰 관심이 가지는 않았어도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창업자 이야기가 끌렸다. 대박이라는 말도 없고, 투자해 달라가는 말도 없었다. 수년간 자신이 한 내용을 찬찬히 말하면서 그냥 한번 들어봐 달라는 것뿐이었다. 이런 진심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나.
나도 콜드 콜 많이 했다. 지금은 페북도 있고 다른 SNS가 있지만 초보 심사역이었던 그때는 홈피와 대표전화뿐이었다. 전화하면 직원이 받았다. 일단 경계한다. 사장님은 왜 찾느냐, 뭐 하는 사람이냐 물었다. 당연한 절차다. 사장님을 귀챦게 하게 않으려는 그 수고가 나한텐 큰 문턱이었다. 어떻게 말해야 사장님과 연결될 수 있을까, 회사마다, 누가 전화를 받는 가에 따라 시나리오도 만들었다. 그때 생각도 났다.
어디 하나라도 걸려야 하는 식의 카피 앤 페이스트 스팸메일은 대개 소용없다. 진솔한 이야기가 그나마 눈길을 받는다.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면 베어 나오고 누군가는 알아봐 준다. 나는 그 청년이 항상 그런 열의로 인재를 모시고, 일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