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9
몇 번 뵌 사장님의 전화. 빠르게 만나고 싶다, 상의하고 싶다 하셨다.
사업상 투자받았는데, 막상 결이 다르다. 되돌리고 싶다. 투자금 받고 주식을 발행했으니, 거꾸로 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하셨다. 아직 반 이상이 남아있으니, 나머지를 마련 중이다. 두어 달 뒤 납입일로 해서 사인하려고 한다 하셨다.
사장님이 원하는 대답을 줄 수 없었다. 오셨으니 몇 가지 말씀을 드렸다.
회사가 투자회사에게 자금을 되돌려준다고 증자가 아예 없었던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본충실(유지)의 원칙"이 있습니다. 자본금의 증감은 엄격히 관리됩니다.
투자회사에게 자금을 돌려주는 몇 가지 방법을 말씀드렸다.
우선, 유상감자. 주주들에게 주식을 받고 자금을 돌려줍니다. 하지만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주총 특별결의도 해야 하고, 채권자들이 원하면 부채를 먼저 상환해야 합니다. 또 특정한 주주로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부채가 없고, 100% 주주인 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할 때 쓰기도 합니다.
다른 방법은 자사주 매입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배당가능 이익이 충분해야 합니다. 사장님 회사 사정은 현재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지분 관계만 청산하고 싶다면, 사장님이 개인자금으로 주식 양수도 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간단하지 않네요 하셨다. 애초 생각했던 반환 계약은 실행할 수 없는 거군요, 만약 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물으셨다. 문제가 있어 사장님이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등기도 안될 겁니다.
상대방은 더 큰 회사인데, 알고 있을까요?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더 큰 회사라고 전적으로 책임이 그쪽에 있다 할 수는 없습니다. 사장님 회사의 계약은 사장님이 책임지셔야 합니다. 상대방은 실행할 수 없는 계약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큰일 날 뻔했네요. 찾아오기를 잘했네요 하셨다.
사업에만 몰두했지, 이런 내용은 전혀 모르셨다. 축구 선수가 공만 찼지, 오프사이드 규정을 모르는 격이다.
전 열심히 일만 했어요. 근데 이렇게 되었어요. 억울해요. 몇 번이고 들었던 하소연이다. 모든 준비를 하고 일을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막 벌어진다. 시행착오를 다 피할 재주는 없다. 어떻게 잘 대처하느냐가 문제다.
뛰어난 선수는 규정도 잘 지키고, 잘 활용한다. 흔히 축구 지능이 있다고 말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경영의 룰도 배워야 낭패가 없다. 훌륭한 선수 뒤에 묵묵히 가르쳐 준 코치가 있듯, 열심히 일하는 사업가에겐 잘 소통하는 조언자들이 있어야 한다. (제 경험이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