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가버린 서비스의 추억

by 고병철

일요일 아침 식탁에 가족이 모였다. 오늘부터 거리두기 대응 단계가 올랐다. 2.5단계 시작. 가급적 집에서 지내야 하는 각오를 다지는데, 막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료가 올랐다는 거다. 이 시국에 못마땅하다는 거다.


배달료. 나는 더 올라야 되는 것 아닌가. 서비스 과잉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너무 좋다고 하는 이런 편리함에 지불하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너무 저렴한 것 아닌가. 이렇게 이야기했다가 식탁 위 공공의 적이 될 뻔했다.'


음식 배달은 나에겐 애증이다. 2010년 초반 집으로 맛집 음식을 갖다 드릴게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그 회사가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고 몇 년 후, 얼마 전 그 서비스는 막을 내렸다.


처음 그 회사에 배달을 신청한 것은 강남역으로 출근할 때였다. 앱으로 메뉴를 고르고, 사무실에서 기다렸다. 수고하는 지원부서들에게 쏘는 자리였는 데, 첫 번째는 내가 지정한 시각 11:55에 왔다. 두 번째는 12:40에도 오지 않았다. 민망했다. 우면동에 있을 때는 그 회사뿐 아니라, 아무도 배달해주지 않았다.


투자하고 나서는 대표님은 매달 진행사항을 알려줬다. 나는 꼭꼭 참석했고, 같이 투자했던 세 창투사 담당자들과 아주 친해졌다. 자세히 현황을 말씀해주셨다. 그달에 몇 개를 배달했느냐, 평균 주문 금액은, 상위 고객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반복 주문 주기는 등등.


배송시간을 잘라서 관리했다. 접수에서 배차, 접수에서 주문, 배차에서 식당 도착, 도착하고 출발까지, 출발에서 완료까지. 전체 평균은 얼마? 그달은 31.2분, 그 전달 30.6분에 비해 좀 늘었다.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악성 배달은 별도 관리. 50분 이상 걸린 건은 9.9%. 전달 9.2% 비해 이것도 늘었다.


음식 배달은 제약이 많다. 점심시간 구간은 대략 2시간.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맛있고, 시원해야 제맛이다. 배고프면 마음도 거칠고, 맛이 없으면 인내심도 바닥이다.


추운 날, 비 오는 날 주문이 늘어난다. 기회이고, 걱정도 많다. 그런 날은 늘 배달 상황이 거칠다. 라이더들이 미끄러지고 다친다. 음식 배달이 늦어지는 건 당연하고. 컴플레인이 많아지고, 두루두루 미안해진다.


배달 팁을 차등했다. 거리에 따라, 주문 총액에 따라. 식당과 배달 업체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고민하고 상의하고 따졌다. 음식 가격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매장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그럼 배달음식이 많을수록 매장은 이익일 거야, 좋아할 거야 생각했다. 하지만 초기에 식당들은 매장 방문 고객을 우선했다. 눈 앞의 고객이 더 중요했다.


라이더들은 배달 한 건 한건이 수입이다. 먹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 시간에 바짝 일해야 한다. 비슷한 방향으로 동선을 어떻게 잘 엮으려다 낭패 보기도 한다. 단무지를 더 달라는 아무렇지 않은 주문, 젓가락 몇 개 더 달라고 했는 데 어디서 빠져버리고, 앱에 직접 쓰게 했더니 콜라도 사달라고 한다. 익숙해지지 않는 다양한 멘붕, 주기가 짧아진다. 요령껏, 눈치껏, 손님과 대면하는 그분들의 감정이 두꺼워지기 전에 뚫릴 때가 있다.


배달 서비스는 이래저래 눈칫밥이었다.


이제는 배달료를 왜 받냐는 말은 없다. 크냐 작으냐의 문제로 바뀌기까지 10년. 아래아한글 정식 버전을 쓰려면 메인보드에 불법복제방지 키를 꽂고 쓰던 시절이 있었다. 20년 전이었다.


보이던 보이지 않던, 가치가 있으면 돈을 내는 시절이 오고는 만다. 비대면 시대에, 대면을 대행해주는 서비스. 위험까지 대신 떠맡은 서비스. 손님이 왕인 시대가 갔듯, 그분들의 수고와 가치를 좀 더 높이 생각해야겠다. 코로나가 그 시기를 확 앞 당겼다.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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