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5 폭설도 그친다
가끔씩 안부를 묻는다. 6년 전 4월, 창업지원시설 복도에 서류를 쌓고, 주소가 자꾸 바꿔 명판 파는 것도 아꼈다. 그때 투자하고 나서는 아슬아슬한 성장 성장을 헸다. 제일 투자받고 싶은 VC도 참여했다. 창업자는 정부 행사에 간간히 연사로, 패널로 차출되고 이름도 알렸다. 입주한 빌딩 1층에 커다란 간판을 보고, 나도 우쭐했었다.
처음엔 월 거래 백억 원을 넘기면 적자도 커지지만 뭔가 될 것 같았다. 투자금은 몇 차례 바닥나고, 아슬아슬하게 투자를 유치했다. 생각대로 되지 않은 이유는 수백 가지. 투자는 더더더 없었다.
죽어도 올리지 못하던 수수료를 할 수 없이 대폭 올렸다. 온갖 말을 하던 고객도, 빅 바이어도 미련 없이 떠났다. 직원들도 십 수명만 남겼다. 거래액은 월 수십억 대 으로 줄었고 대신 월 적자폭도 2억 원으로 줄었다.
최근에 대출받은 수십억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게 마지막 기회일 거다. 어떻게 하면 좋을 까요 물었다. 내심 이대로 몇 개월을 더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는 듯했다.
우물과 두레박 이야기가 생각났다.
열심히 두레박 질을 했는 데 독에는 물이 없다. 이제 최후의 두레박 질을 하기 전에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무얼 살펴야 할까. 물을 담을 독이다. 허술한 독에도 가열하게 쏟아부으면 물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 순간뿐이다. 멈추는 순간 바닥이다. 독이 튼튼하면 두레박이 부실해도, 한두 방울이라도 모이면 독에 물이 찬다. 튼실한 두레박이면 금상첨화다.
독은 생존의 문제, 두레박은 성장이다.
수수료를 더 높여보자고 했다. 고객이 또 떨어져 나갈 거다. 그래도 남는 고객이 진짜배기다. 어떤 고객이 남는지, 그들은 왜 우리 서비스를 떠나지 못하는지 집어내면, 그게 사업기반이다. 그걸 중심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월 BEP 계획을 만들어라. 실행하는 데도 몇 개월이 걸린다. 월 적자가 줄어서 좋은가? 수고했다 싶은가? 그래도 현실은 적자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반년이 지난다. 십 수억이 빠진다. 더는 붙잡을 새끼줄도 없는데, 바닥이 서서히 갈라지는 데 어쩔 건가? 줄줄 세던 것이 졸졸 센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그렇게 이야기했다.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닐 텐데..
사람의 피는 순환하지만, 회사의 자금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걸 순환하게 만든 시스템, 작고 보잘것없을 지라도 그게 최후의 구명정이다.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별천지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내리는 눈 구경은 잠시만. 너무 취하지 말자. 눈도 때 되면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