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어떤 신의 한 수

2020.10.27 알려진 길은 없다

by 고병철

길 가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마스크 위 실루엣으로 서로 동시에 아는 척하면 기쁨이 두배다.

차 한잔 하자고 하다 날을 잡았다.


이 사장님은 전전 직장에서 콜드 메일로 한번 보자고 해서 알게 되었다.

몇 년 새 두세 번의 투자유치. 이제 기업가치도 수백억이다.

이번엔 백수십억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연락 온 몇 군데서만 IR을 하고 있다. 다들 50억 100억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나.

끝나야 끝나는 거니 긴장을 풀지 않으려고 한다고.


왜 투자받으려고 하냐고 물어봤다. 조금 발 빠르게 준비하면 시장을 더 빨리 점령할 것 같다고.

인력도 충원하고 인프라도 더 갖추려고 한다.


어느 빅하우스 사장님과 나눈 이야기를 했다. 그 사장님도 그랬다고 했다.

잘되는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다가오는 시장을 선점한다 는 것이다.


맞는 말씀이라고 했다. 성공한 기업들은 그렇다.

그리고.... 내 생각을 덧붙였다.


망한 기업들의 패인도 그렇다. 무리하게 먼저 투자했다가 시장이 늦게 와서 나자빠졌다.

섣부른 투자인지 아닌지는 결과일 뿐이다.


그도 끄덕끄덕했다. 언제 해야 하나, 정답을 외부에서 찾을 수는 없다.

실행 여부는 창업자만 결정할 수 있다.

용기가 필요할 때 용기를, 쉼이 필요할 때 쉴 틈을 주는 게 조언자의 역할이다.


언제나 통하는 "신의 한 수"는 없다.

시장도 환경도 창업자의 성격도 다르고, 감당할 감정 자산 크기도 다르다.


손정의 회장도 다가오는 트렌드 선점을 강조했다. 300년 지속가능한 기업을 그리고 십수 년 만에 암을 인수했는데, 몇 년 안돼 매각했다. 그도 어쩔 수 없었다. 훌륭한 투자 성과지만 애초 큰 그림에는 삐끗했다. 원칙을 정하기도, 정했다고 지키기도 어렵다. 무작정 고집했다 쪽박도 많다.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응할 뿐이다.


성공의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때로는 똑똑함이, 때로는 맷집이, 때로는 용기가, 때로는 똘끼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바둑 격언에 "정석을 배우고는 정석을 잊어버려라"는 말이 있다.


남들이 성공한 케이스를 쫓기 보다 새로운 케이스를 만들어 보자. 42킬로를 뛰고도 한발 더 내딛는 마음으로.


능숙한 사람이 여유 있는 게 멋있지 않고

능숙한 사람이 절실하게 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연예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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