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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Dec 19. 2020

(24) IR도 운동, 호흡을 맞추자

스타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요청으로 멘토링을 했다. 어제 업체는 30살이 삿된 완전 초보 충남 창업자, 투자유치를 해본 적이 없었다. 먼저 20분 가량 사업 소개를 들었다.


오늘 미팅이 어떤 성격인지 내가 물었다. 투자 검토를 요청하는 자리가 아니고 IR 멘토링을 받는 거라고 확인했다. 사업 내용보다는 IR  자체가 제가 할 이야기라 말씀드렸다.   

오늘 미팅의 성격을 알았는가? IR 멘토링인데, 그러면 듣는 사람이 심사역이라 생각하고 발표해야 한다.   

발표한 자료는 어디에 쓴 것인가? 중진공 성공창업패키지에 사용했던 자료, 그래서 창업자 소개 조차 없었다. 투자자와 거래처의 관심사는 다르다. 창업은 효율보다 근성이다. 자리 잡을 때까지 상대에 맞춰야 한다. 

심사역은 관심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업이 좋은 가를 볼 것 같다. 맞는 이야기다. 나는 창업자 이야기를 듣는다. 창업 전에 어떤 일을 했는가, 어떤 계기로 창업했나, 하필 이 사업인가.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그동안 어떤 의사결정을 했나? 시행착오는? 거기서 무엇을 느끼고 그래서 어떻게 변했나?(성장했나) 그래서 내가 적임자다 라고 말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사실 피드백을 듣고 자료를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미리 하셔라. 복습보다 예습이다. 그럼 쏙쏙 들어온다. 고민 없이 경험 없이 들으면 기계적 학습이다.    

오늘 발표를 연습해 보셨는지? 없었다. 본인의 발표를 녹음해서 들어보시라. 나온 말을 그대로 적어보시라. 제대로 된 문장이 없다. 듣는 사람이 적당이 알아서 듣지만, 일단 말이 매끄러우면 듣기도 이해하기도 좋다. 말을 번드러하게 잘할 필요는 없다. 그럴 시간도 없다. 들을 때 피곤하지 않게 제대로 된 말을 하는 준비 해야 한다. 사업을 발표의 연속이다. 잘해야 할 거면 빨리 잘하는 게 더 좋다.   


오늘은 송파구에 계신 10년 사업을 하신 여성 창업자. 미토콘드리아 대사 능력 향상, 면역기능 강화, 번식능력 향상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었다. 마찬가지로 미팅 성격을 확인했다. IR 전략에 대해 멘토링 받고 싶다 하셨다. 

오늘 멘토링 시간이 얼마 동안 하는지 아시는지? 한 시간 남짓으로 알고 있다 하셨다. 50분 이야기하셨다. 서로 5분 일찍 만나서 사실 더 이야기한 거다. 그럼 남는 시간은 10분 정도다. 이야기를 하시고 싶은 거냐 듣고 싶은 건지. 미팅의 성격에 맞게 준비도 전략적으로 하실 필요가 있다.   

말이 빠르다는 거 아시지요? 11페이지를 30분 동안 이야기하셨다. 속사포처럼 쉬지 않고 하셨다.  아나운서의 속도는 분당 200개 단어다. 사장님은 아마 2배는 더 이야기하셨다.    

듣는 사람이 편하게 이해하는 말의 속도를 생각해 보셨나요? 분당 100 단어 속도. 아나운서는 정확한 발음으로 비교적 쉬운 단어, 올바른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사장님은 그렇지 않다. 그럼 듣는 사람이 사장님의 말을 소화할 수 없다. 일방적 강의가 아니다. 말을 많이 던져주는 것보다 듣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받아들이냐가 핵심이다. 유무언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어느 부분을 강조하신 건가요? 50분 내내 같은 톤과 속도를 유지하셨습니다. 지루함이 예상되면 듣는 사람은 빨리 지친다.  강약으로 집중시키셔야 한다. 사람의 몸은  낯 섬과 참신함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시켜 뇌의 보상능력을 활성화시킨다. 언어도 운동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운동이다. 호흡이 맞아야 합니다.   


두 분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을 드렸다.    

핵심 페이지가 어디인가요. 중요한 10페이지만 남겨보시라 했다. 그걸로 심사역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끝입니다. 다음 미팅, 다음 미팅이 좋은 결과가 있습니다. IR의 첫 번째 목표는 다음 미팅입니다.    

심사역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어떤 심사역 말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심사역은 많습니다. 가치를 서로 인정하는 심사역을 찾는 것이 빠릅니다. 5명을 만나면서 피드백을 반영해 업그레이드하시고요. 이십 명을 만나기 전에는 포기하지 마십시오.    

IR은 일상입니다. 사업계획을 말하고 그 과정을 공유하면 그것이 가장 좋은 IR입니다. 꼭 말한 대로 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투자 심사가 아니라 멘토링 자리, 나도 겉치레보다 진심을 담았다. 순박한 창업자, 더 큰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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