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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Nov 07. 2020

(23) 시행착오가 자산

2020.11.07 사람과 숫자 사이 II

이제 접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는 데. 


이번에 투자유치에 성공한 수 천만 원은 가뭄 중 단비다. 

하지만 숨을 돌릴 수 있는 정도, 다시 한 발을 내딛을 기회를 받았다는 의미 정도. 


내가 물었다. 이제 무얼 할 건가?  

내게 물었다. 다음 투자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투자받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 같다. 현실이다. 아직 혼자서 갈 수 없는 상황, 당분간 자금 유치가 생명줄이다. 


다시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이라 하던가? 

아는 또래 VC 몇몇은 이제 지표가 나와야 한다고 했단다. 그러려면 사람도 뽑고, 마케팅도 해야겠다고.

 

또 물었다. 

그걸 이번 자금으로 얼마나 할 수 있는가? 새로운 투자자한테 어필할 숫자가 나오는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아직 병아리 단계 여전히 숫자는 의미 없다. 


이번은 시드 단계였다. 투자유치는 “고객”을 파악하려는 노력, 그래서 진짜 고객을 찾았다, 그래서 시장이 있다는 걸로 받은 거다. 창업자의 노력을 평가받은 거다. 다음은 아마 몇억 대 유치. 그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말했다. 

일단 이번에 투자받은 돈은 잊어버려라. 있지만 없다고 생각해라.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텨왔다. 

턱없이 작은 그 돈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그 정도 경험이 경쟁력이 될 수 없다. 

그러니 돈으로 뭘 해보겠다고 하지 마라. 


그리고 말했다.

돈 없이 해볼 수 있는 걸 최대한 많이 해봐라. 

고객을 더 확보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해봐라. 

그런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해서,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지금까지 잘해왔다. 

사입해 판매하던 걸 위탁으로 바꿨다. 상품 구색이 늘었고, 고객 선택폭이 넓어져 반응이 좋았다. 

고객에게 추천할 제품을 바로 보내지 않고, 온라인으로 선호를 물어서, 채택률을 높였다. 비용도 줄였고. 


이 과정을 더 해봐라. 

더 단단한 시스템을 만들어라. 

왜 그렇게 했는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투자자들에게 이야기해라. 

사업의 설득력이 높아진다. 그게 자산이다. 


정리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돈은 창의성의 적이다. 돈이 있으면 돈만 쓸 생각 한다. 

효율성을 높이는 일보다 돈으로 인풋을 늘리는 걸 하고 싶다.  

그게 덜 피곤하다. 상대적으로 쉽다. 나만의 경쟁력은 늘어나지 않는다.

궁할수록 크리에이티브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같은 투자조건이라면 가능성이 더 높을 때 투자하고 싶다.  

투자 후 시행착오가 적기를 바란다. 


그럼, 투자자에게 할 수 있는 시도를 최대한 많이 했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  

앞으로 시행착오가 적을 거라는 공감을 얻는 거고. 

그래서 앞으로 숫자가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주고.


맑은 눈으로 대답했다.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씩씩하게 돌아갔다.


진짜 맞아야 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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