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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Apr 21. 2021

길이야미안하다.2020.03.19

내 고향은 대구, 곰탕으로 유명했던 현풍. 뒷집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 40년 전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홀로 딸 셋, 아들 하나를 키우셨다. 큰 딸은 누나와 동갑이고, 둘째 딸은 나와 동갑. 그 집 아들 길이는 두 살 아래 동네 친구. 각자 사는 길이 달라 명절에도 잘 보지 못한다. 어릴 적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가 모두 부모였다. 동네 어른들의 집단 감시 체제, 그 우산 아래서 우리는 놀고 자랐다. 아저씨들이 모두 돌아가셨다. 아주머니들만 할머니가 되어 동네 집집에 계신다. 거기에 우리 엄마도 있다. 서로 의지하면서 사시는 데 그분이 돌아가셔도 가보지도 못한다. 그냥 보통 시민인 길이도 조문을 정중히 사양해야 하는 상황. 코로나 이 돌림병이 도리를 저버리는 핑계다. 하루라도 빨리 이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두렵지 않기를 바란다.  아주머니 아저씨 만나 그동안 못다 한 세월 보내시기 바라요. 고이 잠드소서. 길이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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