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병철 Jul 31. 2021

164. 확인 진짜 확인

카카오뱅크 청약 대전이 끝났다. 우리집도 참전했다. 애들이 나에게 긴급 대출을 요청했다. 얼마를 할거냐. 치킨값 몇 마리 벌 수준이다. 다행이다. 자식이라도 큰돈은 보낼 수 없다. 애들한테 상속세 이런 걸 주입시켜 놓길 잘했다. 올해 약속된 남은 용돈을 조기 집행하기로. 저녁에 가서 물어보니 몇십 주 청약했다고 했다. 애게. 그 정도면 굳이 땡겨쓰지 않아도 되는 데. 동그라미 하나를 뺀 것 같다. 순간 얼음. 황급히 확인. 역시나 빼먹었다. 아. 이때를 놓치지 않는 동생의 공격. 담에는 잘해라. 백신이라 생각해라 했다. 큰 일 아니다. 싸게 막은 거다.


금융은 어렵다 키를 누르는 수고에 비교 불가한 결과가 온다. 중요한 계약 산식에 분자 분모를 바꿔서 손해액이 엄청난 경우도 있었다. 확인 버튼 누르기 전에 확인 진짜 확인. 신중 꼼꼼하지 않게. 건성건성 관성이 제일 무섭다.


그 와중에 또 다른 해프닝도 있었다. 둘째에게 어디에 송금을 부탁한 게 있는 데 스타트업 금융사 서비스를 이용했단다. 한데 결과가 안 나오고. 트래픽이 높아 시간이 걸린다는 공지 팝업만 계속. 감감무소식. 한 시간이 지나고 CS에 전화했더니 자기네들도 모른다고. 작업지시를 은행에 보냈고 카뱅 청약 열기로 모든 금융사 전산망이 폭주라고. 앳된 목소리 때문에 쉽게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아 기분 나쁨 레벨이 몇 단계 올라갔단다. 조곤조곤 끈질기게 항의했다고.


둘째한테 다른 금융사에서 송금해보라 했다 두 번 보내도 할 수 없다. 약속은 일단 지키고 돌려받으면 되니. 증권사 송금은 금방 끝났다. 첫 번째 송금은 끝내 완성되지 않았다. 발뺌하는 CS에 둘째는 그 앱을 지우겠다 했다. 자기가 허수아비 대장으로 있는 4인조 조직원들한테 지시하겠다고 분기 표출. 금융 스타트업이 참 험난하다.


하여튼 카뱅 청약했던 첫째는 키스트로크 실수로 빵 주 받을 걸로 마음을 내려놓았다. 구박과 놀림은 이미 한 바구니 받았고. 오 그런데 5주를 배정받았네. 투자 효율로는 최상급이다. 치킨은 같이 먹어야 제맛이라는 주장이 강력히 들어왔다.


세상일 뒤죽박죽. 모를 일이다. 실망도 말고 오버해서 좋아하지도 말자. 항상 그렇다. 막상 가보면 기대만큼 좋지도 걱정만큼 힘들지도 않다. 그래도 오늘 축구는 일단 이기기를 바란다. 꼭.

매거진의 이전글 162. 손에 잡히는 주인의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