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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Nov 07. 2021

172. 고객이 달라요.

2021.11.07


사업 20년, 이제 숨 쉴만하다고. 내년부터 이익률 40% 인 소프트웨어 회사로 돌입한다고.

주경야경, 산전수전, 일 2회 골프, 주 1회 지방, 분기탱천, 우공이산 그리고 심근경색으로 이뤘다 하신다.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나 물으셨다.

부드러운 말투에 수없는 산을 넘어온 오기가 서려있다. 


우선 투자가 왜 필요한지 여쭤봤다. 이리저리 돈이 있으면 좋겠다. 벌어서 가자니 시간이 너무 걸린다.

회사 소개서 파일을 봤다. 63페이지. 기업체에 솔루션 소개한 자료다. 편리한 기능이 많다. 고생 많으셨다 싶다.


이걸로 투자받을 수 있겠나 물으셨다. 없다고 말씀드렸다. 얼굴이 약간 붉게 변했다. 아차 싶었다. 심장 압박이 높아지지나 않았나. 


덧붙여 몇 가지 말씀드렸다.


투자유치 중개인들은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을 거다. 좋은 회사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에겐 아니라고 했다.


투자자는 사장님이 생각하는 만큼 모른다. 방금 보여주신 자료는 구매처 담당자들은 충분히 이해할 거다. 그들은 전문가니까. 비전문가에게 설명하는 자료로는 내용이 방대하고 어렵다.


투자자도 고객을 생각한다. 투자자의 고객은 일반인이다. 투자주식을 사줄 사람은 또 다른 투자자(구주 매수자) 이거나 상장 후 일반 투자자. 그들에게도 매력적인지 고려한다. 숫자가 매력 있던, 기술이 매력 있던 뭔가는 있어야 한다.


매력은 단순하다. 첫눈에 끌려야 남들이 채가기 전에 내가 먼저.. 이런 맘이 든다. 이렇게 저렇게 설명이 많은 회사는 알아보는 투자자가 적다. 당연하다. 물론 그런 원석을 먼저 탐험하는 게 투자자인데..


우선 빛나는 원석이란 걸 창업자도 어필해야 한다. 서로 노력하는 부분이다. 누가 먼저 많이 노력하느냐에 밸류에이션이 달렸다. 창업자가 쉽게 어필하면 더 많은 투자자가 관심을 가지고, 투자자가 남몰래 알아보면 일방적이다. 유효경쟁까지는 돼야 일이 된다.


나는 그런 거 잘 못해. 직원을 뽑을 거야.. 이건 오산이다. 창업자만큼 회사를 어필할 사람은 없다. 시리즈 B는 가야 담당 직원 할 일이 있다. 


우리 제품은 그래픽으로 착착, 이렇게 쉬워 하신다. 편리한 거 말고 유일한 거 없느냐 여쭸다.  축적된 기술을 함축하는 단어는 뭔가 여쭸다. 요즘 추세에 맞는 거 말에요 하면서.


아이고 힘드네 하신다.


대표님.. 영업은 현업 전문가 상대로 하는 거죠. 척하면 척 다 알고, 이런저런 질문이 줄을 이어요. 안 쓰면 본인들이 불편한 게 있죠. 


IR은 무지렁이를 상대로 하는 거예요. 쉽게 착 하고 내밀어야 합니다. 안 그럼 그냥 쉬운 다른 투자처로 눈돌아 가요. 


물건을 파는 것, 주식을 파는 것. 상대가 달라요. 상대에 맞는 영업 전략이 있죠. 대표님은 둘 다 파셔야 해요. 같은 컨셒으론 안돼요.


아, 심근경색 그 병력만 아니어도 이렇게 길게 말씀 드리지 않을 건데. 길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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