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병철 Nov 13. 2021

173. 그것이 인생

2021.11.13

3년 전 뮌헨. 파리로 가려고 일행들과 공항으로. 빡쎄고, 기대도 되는 일정들 중 이동일은 휴식일이었다. 수속 끝내고 쉴 수 있겠지, 오산이었다.


여권을 꺼내줬다. 그해 봄 로마에서 파리로 가려고 데 비행기 결항 사태, 담날 저녁에 간 아찔한 기억이 떠 올랐지만, 그 항공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티켓을 받았다. 이제 간다 파리로. 자세히 보니 좌석 번호가 없었다. 일행 중 한 명 더. 이거 뭐지. 물어보니 오버부킹이라는 듯. 일단 탑승구로 가란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게이트로 가는 길은 멀었다. 눈에 보이는 건 캡슐방. 오늘 나는 저기서 자야 하나. 젊은 일행이 티켓을 바꿔 자기가 남겠다고도 자원하고. 고마운데..


일단 도착. 이건 거칠게 항의해야 하는 건가. 나는 이런 게 처음이라 우물쭈물. 영화에서 바쁜 비즈니스 맨이 좌석 티켓을 팔라고 100달러, 200달러 외치는 장면, 비행기에서 누군가를 끌어내린 기사가 전두엽, 후정엽, 아니면 측두엽 인가 어디로 휙 지나갔다. 요모조모 물어보니 어쩔 수 없네 블라블라. 이런 x같은 경우가. 무한반복 하다 오 굿 뉴스 큰 비행기로 바꿨다고. 한다. 다행이다. 대신 탑승구가 바꿨다고. 엄청 멀리, 뛰는 듯 두 다리를 바삐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엄청 긴 에스컬레이터도 다시 보고. 나의 두 번째 파리 입성이었다.


코끝 찡긋, 두 손바닥을 어깨높이 위로 하고 대답했다. 로마에서 결항된 뱅기 대책을 한없이 기다릴 때, 나와 같이 벽에 꾸주려 앉은 유럽 아줌마에게 물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나 하고. 코끝 찡긋, 두 손바닥을 어깨높이 위로 하고 대답했다. It's Europe. 음 그렇군. 그때 난 그 말이 이게 인생이다 이렇게도 들렸다. 어쨌거나 갔다. 간 게 중요하다. 그 해프닝은 나중 추억으로 승화된다. 삶은 풍성하게 해주는 나만의 가십거리, 재밋거리.


어려움에 처한 분들. 지난주 일어났던 이러저러한 해프닝은 훗날 자양분이 됩니다. 때로는 시간이 해결합니다. 비가 오면 그냥 비를 맞아야 하는 시간. 그런 시간도 있습니다. 과정일 뿐. It's Life.

매거진의 이전글 172. 고객이 달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