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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Dec 04. 2021

174. 엔젤은 군더더기가 없다.

2021.12.04


초기 투자기업 지원 프로그램 평가에 갔다. 지원 내용과 이행사항을 점검했다. 웬만하면 통과시킨다. 여러 가지 기준에 실패로 평가해도 걱정 마시라. 성실한 실패인지 한번 더 체크한다. 스타트업 지원이 다양하고 우호적이다.


업체의 사업 계획, 평가 기준 중 하나가 당당히 투자유치다.  증빙으로 투자 계약서를 첨부했다. 투자사가 나오는 곳, 투자 금액이 있는 일부만 제출하기도 하는 데, 여기는 전체 통으로 스캔했다. 시드 또는 프리-에이 단계 투자다. 다음 다음 전체 페이지를 보는 데 꽤 많은 클릭질을 했다. 몇 쪽인가 봤더니 42. 투자 금액은 얼마지. 2,000만 원. 투자계약서에 내가 아는 대부분의 조항 없이 빼곡히 있었다.


이런 계약서를 어디서 구했을까? 계약서 조항 조항은 다 알고 했을까? 간인하느라 시간도 많이 들었겠다. 팔도 아프고. 


계약은 약속을 적은 거다. 또 신뢰가 깨졌을 때 회복 또는 보상 방법을 정한 거다.  내용이 많을수록 각자 해석이 다양하다. 다 따져 합의했을 리 없고 관행이요 하면서 대충 찍지 않았을까. 


모르면 손 빼라 했다. 일단 계약도 서로 잘 모르고 필요 없는 조항은 빼자. 잘 모르면서 넣은 조항이 나중에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변호사들 일감 된다. 


시드 단계, 엔젤 투자면 그에 맞게 하자. 투자에서 계약 조항보다 중요한 게 신뢰다. 초기 단계일수록 더 더 더. 계약으로 부족한 확신을 보충할 수 없다. 응징하는 데  더 공수가 들어간다, 투자금 대비해서.


투자계약도 유효기간이 있다. 아쉬울 게 적은 자가 "갑"이다.  투자-피투자에서 실질적으로 "을"이 역전되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한다. 다음 시리즈, 더 좋은 조건의 투자자를 확보하는 순간 이전 투자자는 오리알 처지다. 계속해서 아쉬움을 제공하지 않으면 그렇다. 계약서의 응징이 아프지 않고, 환매 조건은 오히려 "드루와 주면 좋고" 된다. 분위기 파악 못하면 영화 한 편 찍게 된다.


"아 최 사장 오늘 뭘 잘못 잡싸셨나? 내 있다 아이가 어릴 때 니 담뱃불 붙히던 김판호 아이다" (범죄와의 전쟁)


투자 유치는 정권교체와 같다. 실질적 관계는 앞으로도 나한테 의존할 뭔가를 보유하고 있는 거에 달렸다. 역할이 끝났을 땐 평가 이익에 만족하며 한발 물러나야 평화적이다. 아니면 알박기, 장사치 취급받는다.


초기 단계엔 계약서 페이지  좀 줄입시다. 회사가 발전하면 무용지물. 어려운 데 절차는 충실히 지키면서 망가지라는 계약서. 이래저래 의미는 없어요. 믿지 못하면 투자하지 말아요. 판단은 거기까지 에요. 했으면 내 결정을 믿어요. 엔젤 다운 깨끗하고 깔끔한 계약을 해요. 한두 페이지, 서너 조항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샘플 제가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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