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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Aug 21. 2022

186. 관계는 간단히, 아름답게

2022.08.21

모교 기술지주로 출근한 지 100일 지났다. 씨드 투자를 하고 갓 창업한 팀을 만난다. 뒷단 투자 단계에서는 못 보던 상황이 있다. 주주명부를 보며 발생한 상황을 몇 가지 정리했다.


우선, 주주가 너무 많은 경우.


기술이 뛰어난 걸 주위에 너무 잘 알려진 건지, 너도나도 주주로 끼여 있다. 개인 소액 주주가 30명이 넘었다. 창업 경험이 없어서, 많은 주주의 영향을 몰라서 그러셨을 거다.


투자 계약이 없다 해도 주주는 당연한 권리가 있다. 주주총회에서 의안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정기 주총 말고도 임시 주총도 많다. 투자유치 시 정관을 수정해야 경우가 빈번하다.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RCPS 추가, 총발행 주식수 변경, 본점 이전, 액면가 변경, 무상증자, 이사 수 변경 등. 필요에 따라선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주총도. 이건 보통결의다.


주식회사는 모든 주주들에게 주총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해 2주간의 공고 기간을 둔다. 법이다.


하루가 급한 초기 기업에서 2주는 꽤 길고, 그 사이 돌발 변수가 발생할 리스크도 있다. 방법은 있다. 기간 단축 동의다.  2주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동의서를 받으면 된다. "모든 주주한테서".


주주가 몇 안되고 모두 창업팀이라면 동의서를 받는 건 문제가 없다. 주주가 많고, 외부 주주가 많을 경우 생각 못한 변수가 있다. 해외에 나가신 분도 있고, 생각도 다른 분, 사이가 틀어진 분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도장 찍는 걸 겁내 하는 분도 있다.


일단 주주가 많아지면 "2주간"의 공고기간을 두는 게 업무상 안전하다. 어쨌든 주주는 적을수록 좋다.


두 번째, 애매한 주주가 있다. 가정이 있는 창업자 경우다. 와이프, 자녀 이름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분들이니 뭐라도 드리고 싶은 의도일 거다. 물론, 계약서에 그분들의 주식까지 포함한 내용을 적는다.


그래도 말이지, 지분이 처음부터 상당 부분인 경우는 좀. 엄연히 성인(또는 가까운) 분들인데 나중에 창업자와 생각을 달리할 수 도 있다. 매매를 시도할 수도, 의결을 달리 할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아무리 좋은 분이라도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만 분산했으면 한다. 주식회사는 이해관계에 따라 권리와 권한을 갖추는 게 좋다. 회사에 참여하지 않는 분들의 지분은 되도록 작아야 한다.


세 번째, 주주간 계약이다. 창업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분들이 발기인과 주주로 참여했다. 직접 사업은 하지 않으시니 소액들이다. 한배를 타는 마음을 주주간 계약으로 표현했다. 주식을 매도할 경우 전원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쟁업체를 만들지 말자 등의 내용이다.


6명이 서명했다. 한 분이 창업 최대주주이고, 두 분은 창업 팀원, 나머지 분은 고문단이다. 고문단의 지분은 1% 남짓이다. 나무랄 것 없는 내용인데,,,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


최대주주가 M&A 등으로 회사를 매각한다고 치자. 여기 주주 중 한 분이 그 계약에 반대하는 경우 난감하다.


좋은 일에는 모두 따를 거야라고 하지만 상호 신뢰하는 사이는 지금이다. 나중 일은 모른다. 반대도 반대할 만한 능력이 있는 분의 반대가 의미 있다. 책임도 있고. 여기서 능력은 지분이다. 10% 주주가 하는 일을 10% 주주가 반대한 다면 숙고해야 한다. 90% 주주가 하는 일을 1% 주주가 반대해서 못한다면 이건 문제다.


계약서를 다시 맺었다. 고문단 각각은 최대주주와 일대일 주주간 계약서로 했다. 고문들이 주식을 팔 때 최대주주가 우선 매수할 수 있고, 최대주주가 주식 매각하면 고문들이 동반 매도권을 가지는 걸로. 그것이면 서로 선의를 확인하는 데 충분했다.


창업은 IPO까지 10년이다. 끝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관계는 잘 없다. 좋은 의미도 좋게 마무리해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만큼만 정의하면 된다. 물론 어렵다. 그나마 되도록 간단하게 정하는 게 문제를 줄인다.


길어지고 복잡하면 다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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