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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Sep 03. 2022

188. 심사역은 상상력

2022.09.03

2000년대 초 전 직장에서 서울대에 기부를 좀 했나 보다. 재능기부도 패키지로 약정했는지, 때만 되면 학생들과 간담회에 차출되었다. 종강 즈음 중식당에서 삼삼오오 테이블을 담당했다. 마냥 즐거운 마음은 아니었다. 집과 멀어지는 방향이 이서.


예나 지금이나 학생은 진로가 고민이다. 서울대도 취업 걱정을 하나 싶지만 그랬다. 어제 대기업에서 합격 통지가 왔어요 하는 친구를 부러워했고, 그 친구는 또 자기가 잘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떤 학생이 물었다. 심사역은 어떤 걸 잘해야 하나요. 나도 고민, 아직 몇 년 안 되었던 때, 뭐라고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을 거다.


지금 묻는 다면, 두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다.


한 꼭지는 단순화다.


심사역은 투자하고 매각한다. 투자-매각 페어로 단위 일이 완성된다. 투자해야 지는 주체로 할 수 있다. 정하고 실행하고 내가 한다. 결과는 모른다, 상대가 있으니. 투자 못해도 돈은 아직 내 손에 있다. 기회를 놓친 게 아쉽지만, 손실은 아니다.


팔기는 더 주도해야 한다. 상대를 찾아 나서야 한다. 스타기업 지분 아니고는 투자보다 몇십 배 힘들다. 그게 어려워 대부분 강태공이다.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거지. 이번 아니면 다음은 언제 올 지 모른다. 이때다 싶으면 당겨야 한다. 그때 할지 말지 로직을 만들다 보면 놓친다. 평소에 훈련되어 있어야지.


그래야 일관성 있고 헤어지는 뒷모습이 깔끔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은 속으로, 겉으론 보이기는 단순하게 수련한다.


심사역은 안 보이는 걸 믿는 사람이다.


창업자의 꿈을 믿을지 말지 맘을 정한다. 그걸 하려고 뛰고 보고 뛰고 듣고 뛰고 느낀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어차피 그렇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작은 조각을 모아 큰 퍼즐을 그린다.

상상력에 믿음이 필요하다.

조각 하나하나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그걸 하려고 뛴다.


뛰지 않는 사람에게 상상은 공상이다.

타인의 상상도 공상으로 본다.

뛰어야 천리를 본다.


그럼 필요한 건 체력인가 보다. 물리적 신체와 심리적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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