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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Sep 17. 2022

189. 그냥 관리자는 사치.

2022.09.17

도요타는 일본 여러 곳에 공장이 있다. 현대차는 울산에만 있는 데.. 물류비가 상당할 텐데 왜 그럴까 싶었다. 지진에 대비해서란다. 일본에선 어느 곳에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지진을 없앨 방법은 없다. 그럼 일어나도 일부만 망하게 분산한 거다. 평소 물류비 증가는 리스크 대비한 기꺼이 지불하는 비용이다.



포항에 집중 호우가 내렸다. 포항제철소가 잠겼다. 언제 회복할 수 있다 없다 말이 많다. 임직원, 협력사들이 안감힘을 쓰고 있다. 고로에서 생산된 슬라브(Slab, 직사각형 막대 철 덩어리, 보통 두께는 5~35cm, 폭은 35~200cm, 길이는 1~12 m)를 배로, 육로로 광양에서 후가공하고 있다고. 평소에도 일부는 그렇게 했다고 한다. 만약 광양제철소가 없었다면 상상도 하기 힘들 거다.  90년 4학년 여름에 광양제철소 견학 갔다. 포항에선 구불구불 옮겨가며 만들어진 공장 간 동선을 그냥 쭉 연결되게 만든 일관 제철소. 포항제철소는 구도심, 광양제철소는 분당 같은 계획도시 격이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제철소를 이원화한 게 산소마스크 같은 희망이다.


리스크 분산은 평소엔 구박덩어리다. 비용만 커지는.. 이머전시가 되어서야 빛난다. 대안은 규모에 상관없이 필요하다. 한데 그게 정말 힘든 소수 정예 멤버로 구성된 스타트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대개 한 명 한 명이 꼭 필요한 특기자로 채워져 있다. 벤치 멤버를 데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조직의 수장은 유일한 벤치 멤버이자 멀티플레이어다. 문제가 생기면 직접 땜방할 수밖에 없다. 언제든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것도 기존 멤버보다 잘해야 한다. 더 열의를 보여야 한다. 부하 직원들은 역량이 검증된 그의 말씀은 따르다. 혹 그가 아무것도 안 하던, 딴짓을 하던 상관없다. 말씀에 영이 선다. 하지만 실력 없고 게으르고 무관심하면 그의 말은 쉰소리다. 직원들이 월급 도둑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타이트한 조직, 작은 회사에선 순수하게 관리만  사람을  여유는 없다. 작은 회사의 리스크 헤지는 수장이, 창업자가, 상급자가, 관리자가  뛰어나고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직원들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고 맡기는 거다. 직원들이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게.


지금은 철기 시대. 철은 경쟁력이다. 아무쪼록 포항에서 빠른 시간에 다시 질 좋은 스틸 두루마리가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철인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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