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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Oct 29. 2022

195. 지금은 철기시대

2022.10.29

철기시대. 포스텍홀딩스로 오면서 회사의 큰 축인 포스코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고 있다. 그래서 책 하나를 파고 있는데, 지금은 철기시대란다. 그렇다. 석기, 청동기 시대만큼 과거 같은데, 지금이 그렇다니. 그러고 보니 그렇다.


철은 자연계에서는 발견이 어렵다. 운석 말고는 그냥은 발견되지 않는다. 땅을 잘 파면 순수한 금은동 덩어리를 찾을 수 있다. 한데, 철은 광석을 녹여서 추출해야 순수 Fe 덩어리를 만질 수 있다. 강철검은 그만큼 가지기 어려운 무기였고, 제철은 첨단 산업이었다.  올해 발견한 큰 지식이다.


인간은 큰 송곳니도 없고, 날카로운 발톱도 없이 호랑이와 경쟁하며, 뿔로 방어하는 사슴을 잡아야 했다. 호랑이, 사슴은 자체 장착된 무기를 타고났는데, 인간은 없다. 가진건 지나치게 큰 머리와 지쳐서는 안 되는 절박한 부지런함.


머리를 굴려 도구를 아웃 소싱했다... 첫 번째가 돌, 석기. 지천에 깔렸다 하지만 그중에 쓸만한 걸 찾아야 한다.  날카롭게 깨져서 도구가 되어야 하면서도 잘 깨지지 않는 모순적인 돌. 대박은 흑요석. 30 옹스트롱(33만 분의 1 밀리미터, 면도날의 1/10~1/20)으로 날이 선다. 지금도 제한적으로 수술에 쓴다고. 화산 주위만 발견되는 상당히 귀한 돌이었다.


그림에서 보는 동굴에서 돌을 가는 인간. 이건 신석기 때다.  뗀석기에서 간석기(마제석기)로 발전한 것. 열심히 갈아야 하지만, 아무 돌이나 되지는 않는다. 적당한 재질의 돌을 알아보고, 매끈한 날이 만들어지게 각도와 방향을 정렬하고, 부스러지지 않고 원하는 만큼 힘의 조절, 내 손가락을 보호하는 안전 보호 도구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이뤄진다. 또 몇 날 며칠을 갈 동안 밥을 마련해줄 동료의식도 있어야 한다.


그냥... 구석기시대가 어느 날 끝나고 신석기시대가 열린 게 아니구나.. 인류의 대부분의 시간은 구석기일 수밖에 없구나 싶다. 그다음 청동기, 철기는 말이 필요 없다. 얼마나 많은 축적이 필요했을 까...


포항 1주일, 그리고 마음이 바빴던 지난주를 보내고 쉬는 주말, 다시 이 책을 정독하고 있다.


2000년 벤처투자업무를 시작하고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은 건.. 여전히 수동적인 투자라는 것. 패시브 투자 내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구석기시대로 묶일 것 같다.


내부인으로 보니 포스텍홀딩스가 가진 좋은 리소스가 있다. 행사를 하면서, 동료들의 성장 욕구도 확인됐다. 분산된 자원과 열의를 잘 모으면 수동적인 구석기에서 조금은 능동적인 신석기로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다. 날은 추워지지만 몸은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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