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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Nov 02. 2022

196. 미안하다, 과소평가했다.

2022.11.2

쾌적한 로비에서 직원 여럿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데, 막내가 따로 말씀 좀 드리고 싶다 했다. 

음...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지난 초여름 아쉬운 게 없나 물었을 때 정규직이 되고 싶다 이야기한 것도 생각나고...

 

그래 내 사무실로 가자 했다.

언니들은 잘못이 없다고 막내가 말했다. 


무슨 말이지..

 

VC 대상 데모데이, 투자기업 초청 행사 두 가지를 맡아 자기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다.  언니들에게 진작 도움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늦어 버렸다.


주간회의. 코로나 끝나 3년 만에 하는 행사에 등록자가 50명 정도로 저조했다. 걱정이 많길래 내가 말했다.

행사를 하자고 한 게 이미 좀 늦은 시점이었다. 약속 많은 VC 특성상 시간이 촉박해서 신청이 저조할 수 있다.  난 위로라고 한 것인데... 그게 걸렸던 거다.


아 그 이야기였구나. 다행이다.

괜찮다. 걱정하는 그런 뜻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다독였다.


나도 카톡으로, 전화로, 지인들을 초대했다.등록자가 70명을 넘고, 행사 며칠 전에 100명을 넘더니, 최종 150여 명이 등록했다. 통상 등록자의 50~60%가 실제 참석한다.


100명도 올 수도 있겠다. 걱정이 바꿨다. 1층 로비에 복잡 복잡하겠군. 넓은 곳에 한산한 것보다는 되려 그게 낫다.


그들은 포항에서 전날 올라와 이리저리 행사장 점검하고 준비물 챙기고..

내용도, 준비사항도 좋았다. 우려는 없었다. 세련되고 즐거웠다.

실제 120명이 넘게 오셨다. 인원 수만으로도 성황이었다.


수고했다. 그렇게만 말하긴 부족하고 미안했다.


예전 열심히 PT 준비를 했는데, 결과는 PT와 상관없을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마 라는 말을 들었다. 그게 결정적인 승인은 아닌 걸 안다. 하지만 결정적 빌미는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단단히 준비했는데.. 따뜻한 배려의 그 말씀이 좀 섭섭했다. 


내가 저들에게 그렇게  했구나. 최선을 다하는 저들에게, 안돼도 괜찮다는 건 위로도 배려도 아니었다.


LG의 레전드 이상훈이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나갈 수 있겠냐고 물어보지 마시고 나가라고 하십시오."


핑계 따윈 찾지 않는 의지 충만 사람에겐 어설픈 배려나 위로가 오히려 불만, 의욕을 꺾겠구나. 같이 책임질 테니, 같이 잘해보자는 결기가 저들에겐 배려고 위로구나.


행사가 끝난 다음 주간회의에 저들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사과했다. 과소평가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앞으로 충분하게 힘든 과제를 같이 도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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