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8
창업자를 만났다. 허여멀건 얼굴에 전화도 잘 안 받는 그놈과 저녁을 먹었다.
그가 대뜸 말했다. 저 고생 많아요.
그를 빤히 봤다. 니 얼굴은 달덩인데.
머리를 들이밀며 말했다. 아니에요. 원형 탈모 오려고 해요.
나는 점잖게 대꾸했다. 나는 약 먹고 있다.
그래 뭐가 고민이냐 했더니.
공동창업자 관계였다. 잘하는 연구만 한다는 것
자기는 영업도 하고 개발도 하고 오퍼레이션도 하고. 바빠 죽겠다는 거다.
맡기고 싶은데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직원이 몇 명이냐 물어봤다. 25명요.
내가 답했다.
그럼 니가 다 하는 게 낫다. 아직은 그게 좋다.
공동 창업자에 대한 기대는 접어라. 그래야 길이 보인다.
엎어진 기대에 계속 집착하면 나아가지 못한다.
아니 어떻게 인자한 모습으로 그런 소리를 하시냐고 눈을 더 동그랗게 떴다.
일이 엄청나지. 시간도 부족하고. 그걸 쳐내야 한다.
땔감 마련하는 방법은 많다. 도끼질을 빨리 하던, 톱질로 바꾸던, 장작 대신 석유로 하던.
그렇게 머리와 몸을 굴리다 보면 스마트해져.
뭘 하고 어떤 걸 남기고 버릴 건 버리고.
니가 안 해야겠다 생각하는 일 중 많은 것은 안 시켜도 되는 일이야.
걸려고 걸려 해야 할 일에 집중해.
그럼 조직은 컴펙트, 일은 스마트 해질 거야.
직접 경험 없이 남을 부릴 순 없다.
뭘 모른다고 원망 듣고 무시당할 거야. 팀빌딩이 안 되겠지.
알겠어요. 제가 먼저 일머리가 생겨야겠군요.
말이 나왔으니 질문이 있어요.
뭔데?
소신과 아집은 어떻게 달라요. 제가 어느 쪽인지 고민입니다.
고민한다는 건 아집이 아니란 이야기다.
둘 다 자기 믿음이 굳건한 건데.
차이는 그걸 만들고 또 지키는 과정이 합리적인 가에 있다.
처음 상황이 지금도 유효한 가를 계속 고민하면서 유지하는 건 소신.
맹목적인 건 아집이다. 소 잃고 후회한다.
알겠어요. 자칫하면 소신이라고 하면서 똥고집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