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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Mar 25. 2023

203. 집 떠나면 고생

2023.03.25

집 떠나면 고생이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오는 번잡함, 불편함. 자기 집에선 신경 쓰지 않는 것들이 객지에선 예고 없이 튀어나온다. 소소한 것들이 겹쳐서 피로를 쌓는다. 아무런 경계심이 필요 없는, 에너지를 최소로 쓰는 자기 집이 제일이다.


예전, 같이 일하던 공동대표는 출장 갈 때 가방이 세 개였다. 백팩엔 아이패드, 회사 소개서, 팸플릿, 회사 기념품. 언제나 영업이 가능하다. 두 개의 캐리어, 큰 것은 수하물로 보내고, 작은 건 기내로 반입한다. 한 가방엔 비즈니스 용품, 한 가방엔 개인 용품이 아니다. 두 가방엔 두 가지가 모두 들어 있다. 차이는 규모와 종류. 거기엔 집에서 쓰는 로션, 스킨, 면도기, 빗 …


물어봤다. 굳이 두 세트씩 가져가냐. 중복이지 않냐. 무게도 더 나가고.


그의 생각은 이렇다. 먼저, 수화물이 늦게 나오거나 분실될 수도 있다. 그럼 낭패다. 오랜 계획이 무산되고, 기회가 날아간다. 외부 요소에 의한 리스크다.


두 번째, 개인용품은 집에서 쓰는 것들. 호텔 어메니티가 좋지만 안 맞을 수 있다. 사용이 불편할 수도 있고. 그래서 기분이 나빠지고, 시간을 뺏길 수 있다는 거다. 사소한 부분을 아예 없애려고 가져간다는 것.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던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나도 따라 한다. 처음에 몇 개의 호텔을 가봤다, 하나로 정했다. 되도록 같은 호실로 부탁한다. 늘 가져가는 개인용품을 준비한다. 추울 땐 전기장판도 차에 싣는다. 어쩌다 가는 출장이면 낯선 곳의 호기심은 필수고 묘미다. 부수입이다. 빈번히 가는 곳이면 익숙한 아지트를 확보한다. 그리고 목적에 집중한다.


그래도 평소보다 길어지니 좀 피곤하다. 이번 주말은 집콕, 개인정비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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