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6
연구소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샤프한 얼굴은 둥글해졌다. 좀 달랐던 사고는 30년 인생 경험 동안 수렴되고 있고 있다. 민감한 말도 대충 둔감하게 이해하고 받아친다.
연구소도 ChatGPT가 화제다. 연구 주제도 던져봤단다. 놀랐다고. 코드도 만들어 보라 했더니 괜찮았다고. 서툰 감이 있긴 해도...
사회 초년생 시절 SI 회사에 다녔다. 옆 팀에서 전자문서시스템(워드프로세서)을 개발하고, 우리 팀은 전자 결재를 만들었다. 컴퓨터를 켜고 DOS에서 원도우 3.0을 기동시 켰다. 자동차처럼 출시 연도를 명시한 원도우 95, 98가 나오고, 윈도우 NT(New Technology)로 이어졌다. 세계 최강 MS가 만들면 완벽할 것 같지만 곳곳에 버그가 있다. 개발팀이 좋은 소스코드를 만들어도 OS 레벨에서 이상한 결과나 아예 시스템이 죽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OS를 탓하지 않는다. 바로 눈에 보이는 개발팀을 째려본다. 개발자들은 OS, 특히 커널의 문제점을 피해 프로그램을 짰다. 지뢰밭을 탓할 시간이 없으니 피해 갔다.
완벽할 수 없는 우리 시스템은 현업 부서들에겐 재앙. 열심히 해도 버그와 요구사항은 항상 있었다. 어느 날 보니 사내에 암암리에 돌고 있는 가이드북. 문서는 30페이지 이상 만들지 말 것. 테이블은 이렇게 만들 것. 결재 라인 지정은 이런 식으로 할 것. 버전 관리 노하우 등등.
사람들은 도구 탓도 하지만, 바쁜 사람은 도구 사용법을 숙지한다. 나름 요령, 노하우를 챙긴다.
지금 그런 시절 같다. 친구는 ChatGP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를 고민하고 있다. 질문의 종류, 요령 등. 결과 코드의 퀄리티는 달라진다.
도구는 같다. 사람에 따라 이용 결과는 다르고 생산성은 천차만별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비대칭성은 많이 줄었다. 알아야 될 내용은 모두에게 알려지는 시대. 그저 조금 더 안다, 조금 일찍 안다는 것으로 차별화는 안된다. 같은 내용을 어떻게 정리, 이해하는 시대로 넘어왔다.
ChatGPT는 보통의 이해 레벨은 충분히 제공한다. 이제 남다른 이해와 해석이 필요한 시대다. 자율주행이 나오면 드라이버의 롤이 달라져야 한다. 이제 지식 노동자들도 역할 업그레이드를 강제받게 된다. 발 빠른 누군가는 벌써 이 놈의 속성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을 거다.
누군가는 도구를 만들고, 누군가는 그 도구로 모든 걸 생각한다. 망치든 자는 대충 모든 걸 망치로 해결하려 한다. 사고의 종속이다. 인터넷에, 스마트폰에, 유투브에...또 다른 도구가 나타났다. 일단 지뢰 피해하기, 지름길 맵을 만들 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