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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Oct 26. 2024

편안하세요.

2024.10.25

20년 7월 엄마를 잃었다. 오전 빗길, 차에 치이셨고, 오후 병원에서 먼 길을 가셨다. 그해 초 분당에 오셔서 허리 진찰을 받으셨다. 연세가 있어 수술 의미가 없다고. 통증 완화가 최선이라는 말만 들었다. 진통제만 잔뜩 처방받아 고향 집으로 가셨다. 혼자 계시며 힘드실 텐데 걱정만 했다. 그러던 중 사고가 났고. 갑작스러운 이별에 우리 삼남매는 방황했다. 엄마와 이런 이별은 우리 예정에는 없었으니.


다음 해 늦여름. 장인어른은 처갓집 옥상에서 쓰러지셨다. 119로 병원에 급송되시고 사나흘 사경을 헤매셨다. 다행히 의식은 돌아왔지만,,,신체 한쪽을 쓰지 못하셨다. 퇴원하고 재활병원으로 가셨다. 이후 요양병원으로. 그렇게 3년 반을 보내시고 지난주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결국 집으로는 돌아오지 못하시고. 평소 운동하고 산책하시던 집 근처 보라매 병원에서 이생과 이별 의식을 했다.


모두 알고 있었다. 의식과 달리 신체 회복은 안된다는 걸. 누워 계시고 간병인 도움 만으로 지탱하셨다. 코로나 시절 면회도 제한되었고, 병원 안과 밖에서 힘들었다. 치안 유지를 담당했던 풍채는 점점 쇠약해지셨다. 말씀을 하기 힘들어졌다. 아니어도 의미 있게 하실 말씀, 해 드릴 말씀이 없어져갔다.


예고된 이별. 예고 없는 이별. 모두 힘들다. 이것 만큼 어려울 까 하지만 항상 worse는 남겨져 있다. 그니까 지금이 better than someday 다.


흔히 “난 더 잃을 게 없어” 한다. 그건 무언가를, 그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기처럼. 지금, 지금의 가치를 인정하라고 말씀 주시고 가신 것 같다.


아버님. 편안하게 쉬시도록 남은 시간 안쓰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저와 아내를 위로해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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