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1 오랜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나다.
**오랜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지비에게,**
**여전히 그때의 빛을 간직한 모습으로.**
친구의 어머님을 만나기로 했다. 고마운 그분께 더 늦기 전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다. 여동생 지비도 오고 싶다고 했다. 좋다고 답했다. 물론 내가 뭐라 해도 오려면 올 캐릭터다.
사실 나도 지비의 안부가 궁금했다. 하지만 지비에게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너무 몰라 소식을 물어보기가 애매했다. 행여 어머님과 자리의 의미를 훼손할까 주저되었다. 식사 소식을 듣고 “저도 오빠 친구들을 보고 싶다” 했단다. 고맙다.
고등학교 때 지비를 본 게 마지막이지 않을까. 너무나 깊은 장기 기억에 자리 잡아, 서리 낀 거울을 보는 듯 얼굴도 선명히 떠오르지 않았다.
자리에 들어왔다. 몇 초간 낯설었다. 이 애가 맞나. 몇 마디를 나누고서야 그래, 지비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그대로다, 말투도 그대로다, 나를 친근히 서슴없이 대하는 모습도.
우주 여행 느낌이다. 광활한 공간을 수십 년 부지런히 떠돌다, 웜홀로 시공간을 이동해 마음은 그 시절로 갔다. 하나씩 떠오르는 이미지 조각을 맞춰 갔다.
그 시절 나는 키가 작은 편이었다. 친구네 삼남매는 컸다. 두 살 아래인 지비는 나보다 작지 않았다. 만만히 힘으로 구박했고, 나는 늘 버거웠다. 창피는 했다. 밉지는 않았구나 싶다. 그랬다면 그 집을 더 드나들지 않았을 거다. 어린 시절 나는 열등감이 더 우선이었다.
지금의 나는 또래보다 작지 않다. 좀 놀랍다. 오랜만에 보면, 다들 그렇게 말한다. 또 나는 이제 두려워도 피하지는 않는다. 주눅도 덜 든다. 그때와 다른 점이다.
지금의 나라면, 그때 어머님께 제안을 했을 거다. 일주일에 한두 번 공부를 봐주겠다고. 사랑의 매로 나름 합리적으로 구박했을 거다.
지비는 아이가 결혼했다. 몇 년 안에 할머니가 될 수도 있다. 내겐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던 중고생, 그때다. 키 크고, 야리야리하고, 여전히 티 없이 해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