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8
물리과 교수가 전화했다. 따지자면 후배였다.
다른 학교에 계신 실험실 선배가 창업을 했는데,
한번 연결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였다.
좋지요. 저희는 열려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플라즈마 분야에서 훌륭한 분이라고 했다.
창업은 코스메딕 쪽이란다.
본인도 조금 생뚱맞다고 덧붙이셨다.
연락을 주시라고 말씀드렸다.
곧바로 미팅을 잡아 월요일 오전에 만났다.
현재 아이템과 이력은 투자 검토가 애매했다.
훌륭한 업적은 내 시선을 끌었다.
심사역은 부르지 않고 나 혼자 나갔다.
50대 초반, 흔히 떠올리는 교수님의 정중한 차림이었다.
막 시작하시려는 코스메틱 마케팅 앱 이야기를 꺼내셨다.
천천히 잘 들었다.
내 생각을 말할 때가 아니었다.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두어야,
나중에 내가 말할 때 그 역시 귀 기울일 거다.
“교수님은 플라즈마 분야에서 기술이전도 하셨습니다.
지금 하시는 말씀은 코스메딕 유통 이야기입니다.
연유가 있으신가요.”
매형을 도와 창업을 했다고 했다.
본인도 대주주라고 했다.
플라즈마를 약하게 조절하면 물질의 특성이 변하고,
그렇게 만든 화장품이 피부에 더 잘 스며든다고 설명하셨다.
다만 그 시장이 작아서,
먼저 시장을 키우기 위해 유통 플랫폼을 시작해야겠다고 판단했단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서사가 맞지 않습니다.
메신저와 메시지가 융합되지 않아요.
교수님의 훌륭한 경력은 오히려 득이 되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는 매형이 하셔야 합니다.
게다가 젊고, 더 적합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지금 상태에서는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렇군요.
투자자에게 오늘 처음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직 내려놓지 못한 기색이었다.
그는 인사하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려 했다.
이제 내가 말할 차례였다.
아쉽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뭐가요, 하고 되물었다.
교수님은 플라즈마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업적이 있고,
기술이전으로 상용화한 실적도 있습니다.
그걸로 창업을 하지 않으시네요.
십수 년 협력해온 기업에 기술이전을 했다고 했다.
대가는 잘 받으셨나요.
나중에 잘 주겠지요.
한번 숙고해 보세요.
대학 랩에서 기술이전을 할 수도 있고,
조인트벤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직접 창업을 하고,
그 이후 관계를 다시 설계할 수도 있고요.
하신다면, 더 늦기 전에 하셔야 합니다.
표정이 맑아졌다.
그쪽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고민해보겠다고 하셨다.
저도 안부를 묻겠다 했다.
남의 떡, 큰 시장은 늘 유혹이다.
하지만 기술쟁이에게는 무모한 선택이다.
하던 것을 하라.
대신, 더 뾰족하게.
1등 기술기업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값을 매긴다.
문제는 기다릴 수 있느냐,
그리고 스스로의 가능성에
끝까지 베팅할 수 있느냐다.
기억해 주세요.
우리 회사는, 그 선택을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