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5
오랜만에 책을 집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첫 장을 펼치니 2015년 1월 1일이라고 적혀 있다.
그날 읽었다는 뜻이다. 10년 만에 다시 본다.
그 사이 시간은 다채롭게 흘렀다.
즐겁고 슬펐고, 희망도 절망도 빠짐없이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수학 박사다.
중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파출부가 외출했다가 제때 돌아오면 “수고했네” 하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더 걸리면 묻는다.
“자네 신발 사이즈가 몇이지?”
처음 만난 사람에게 건네는 질문이다.
그는 같은 말을, 같은 지시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늘 처음인 것처럼, 더 나빠지지 않는 태도로.
그 점이 좋다. 조금은 부럽기까지 하다.
이야기 초반에 220과 284가 나온다.
220의 진약수(110, 55, 44, 22, 20, 11, 10, 5, 4, 2, 1)를 모두 더하면 284가 된다.
284의 진약수(142, 71, 4, 2, 1)를 더하면 220이 된다.
세 자리 수 안에서는 유일한 조합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특별한 쓰임은 없다고 한다.
암호 체계에 쓰이는지도 궁금했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그저 신기할 뿐이다.
쓸모가 없어도 아름다운 관계.
그래서 이름도 ‘우애수’다.
이번 연휴에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어제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의 감각을 느끼고,
사소한 재미에 웃으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오늘을 보내고 싶다.
80분짜리 기억처럼
지금만 또렷하면,
지금만이라도 행복하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