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곳은 없다. 그래도 그런 곳을 찾는다. 투자에서도 리스크는 피하고, 수익은 높이고 싶다. 사람 욕심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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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펀드는 투자영역이 좁았다. LP가 추천한 업체를 만났다. 사업도 사장님도, 야무졌다. 탄탄했다. 그만한 업체가 없겠다 싶었다. 전해 실적이 매출 57억, 순익은 0.7억. 상반기 매출은 거의 없다. 하반기, 4분기, 12월에 집중된다. 매년 그렇다. 까딱 해를 넘기면, 회계적으로 실적이 망친다. 성장할까? IPO 할 수 있을까? 불안 불안한 업종이다. 보통주 투자는 어려웠다. 놓치기도 아까웠다.
우선주? CB? 일단 CB로 제안했다. 매출도 있고, 적자도 아니고, CB로는 리스크가 없어 보였다. 우선주 상환은 상환재원이 있어야 한다. 누적손실이 4.4 억이었다.
다른 창투사에서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었다. 대표님들은 서로 오랜 지인이었다. 거기서는 우선주로 제안했다. 회사는 CB, 우선주 모두 발행했다. 투자자들 간 따로따로 진행했다. 비율대로 나눠 인수하는 게 아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투심 위를 통과하고, 결재를 올렸다. 우리 대표님이 물으셨다. CB 투자자가 더 유리하지 않나? 저쪽은 왜 우선 주지? 갸우뚱하셨다. 안정성만 보면 그랬다.
사업은 순항했다. 매출이 83억, 133억, 182억으로 매년 올랐다. 예상을 초과했다. 이익도 늘어나 17억. 3년이 지나 CB 만기가 되었다. 상반기 실적은 역시 없었다. 여전히 12월이 지나 봐야 안다. 상환받으면, 원금과 3년간의 보장이자수익을 얻는다. 조금만 더 성장하면 IPO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몇 배의 수익을 올린다. 그사이 IPO를 위한 매출, 수익 등 외형 조건도 높아졌다. 고민했다.
보통주로 전환했다. 사장님을 믿었다. 그만한 분이 없었다. 이젠 보통주다. 오직 IPO밖에 없다. 못하면 낭패다. 이익잉여금은 충분히 쌓였다. 우선주 상환청구는 언제든 가능해졌다. 이젠 우선주가 안전해진 것 같다.
그해 매출 208억, 예상했던 실적이었다. 이익은 37억. 다음 해 IPO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장외시장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일부 주식을 팔았다. 보통주라 가능했다. 우선주는 일단 보통주로 전환해야 팔 수 있다. 청구서 제출 전에 가능하다. 안전한 상환권을 포기해야 한다. IPO가 미승인될 수도 있다. 또,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알 수 없다. 우선주 주가 고민될 시점이다.
상장되었다. 보통주만 거래된다. 우선주는 전환 청구하고 추가 상장까지 3주도 걸린다. 시장은 매우 똑똑하다. 매도세력인 벤처금융 주식이 정리될 때를 기다린다. 그동안, 스몰캡은 소외되기 십상이다. 거래량이 확 준다. 제일 큰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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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벤처 투자는 1,000 건이 넘었다. 신규로 등록 기업은 100 여개 남짓이다. 통계다. 쪽박이 대부분이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벤처 투자하면서 수익도 원하고. 안되면 원금이라도 건졌으면 한다. 그래서 RCPS, CB, EB, BW 가 동원된다. 리스크 헷지 조항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원금 안정성이라는 허울이, 해야 할 결정을 훼방 놓을 때가 많다.
원래, 사람은 손에 잡은 걸 놓지 못한다. '그러다 잘못되면'이라는 걱정과 대미지가 크다. 벤처투자에는 안정적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 없는 곳이 있다.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안 할 건지, 이것만 중요하다. 초기 투자면 당연하다. 뼈가 부러질 건데, 반창고가 무슨 소용 있나. "쫄 리면 뒈지시던가” 영화 "타짜"에서 조승우가 한 말이다. 너무 쫄 리면 안 해야지. 절대 안전한 건, 투자를 안 하는 거다. 한다면, 리스크 정도는 감수하자.
방법은 없다. 그냥 깔끔하게, 사업성을 더 잘 평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