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에 챌린지가 도입되었다. 심판도 찰나의 순간을 완벽하게 판정하기 어렵다. 억울한 쪽이 요청하면 비디오로 한번 더 보고 다시 판단한다는 거다. 그 결정은 절대 승복이다. 결정까지 그 몇 분의 시간으로 훌훌 턴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잊고 시합에 집중한다.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합의해 가는 것이 투자관리에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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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커는 콘텐츠 벤처가 있었다.
매출은 최근 2년간 125억, 165억으로 성장했다. 그해 상반기에만 매출 98억, 영업익 18억이었다. 연말까지 각각 230억, 40억이 될 것 같았다. IPO를 준비했다.
3년 전 보통주 10억, 전환사채 5억으로 투자했다. 그사이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전환 단가는 실적에 의해 조정되었다. 내려갔다. 자본금을 늘리기 위한 무상증자도 있었다. 어느 회사나 있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변수가 생겼다. 투자사 한 군데가 폐업하게 되었다. 주식을 급히 팔자니 시간이 없었다. 매우 낮은 밸류로 투자기업이 사주길 원했다. 12%가 넘는 지분이 자사주로 매입되고 소각되었다. 모든 주주들의 지분율이 올라갔다.
이제 전환사채 만기가 다가왔다. 보통주로 전환하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전환 단가를 투자기업과 서로 확인했다. 실적 리픽싱, 무상증자 50%를 감안하면 2,567 원이었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한데, 다른 주주가 이의를 제기했다. 자사주 소각으로 상대적으로 지분이 올라간 혜택은 당시 주주들만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자사주 소각 전 기준으로 전환 후 10%가 될 수 있는 전환사채는 자사주 10%를 소각하면, 상대적으로 전체 주식이 줄어드었으니, 이제는 11.1%가 될 수 있다. 이게 아니라는 거다. 전환사채는 당시 주주가 아니니까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올라가서는 안된다는 거다. 소각 전이나 후나 똑같은 잠재 지분율을 가질 수 있게, 전환 단가는 올라가야 한다. 처음엔 무슨 괴변인가 했다. 회사도 어쩔 줄 몰라하다 슬며시 그쪽에 동조했다. 만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등기 문제도 걸린다. IPO를 앞두고 되도록 책잡힐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했다. 우리 측 법인은 우리 편을 들어줬지만, 의례 그렇듯, 100%는 아니라고 했다. 오래 끌 수 없었다. 투자회사와 합의했다. 금융 최고 기관에 의견을 묻고, 그 대답에 모두 따르기로 했다. 정성껏 질의했다. 8일 만에 답신이 왔다. "발행조건으로 정해두지 아니한 사유로 전환가액의 조정이, 상법 해석상 당연한 것이냐 여부는 상법 해석에 관한 사항으로 당원이 판단할 수 없는 사항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합의점을 찾아야 했다.
만기일은 다가오고,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필요했다. 3곳의 법무법인을 정해 똑같은 질의서를 보내, 다수결에 따르자고 제안했다. 전환 단가도 그쪽에서 계산해 달라고 했다. 2곳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내왔다. 각각 전환 단가도 달랐다. 수용했다. 단가는 그중 상승폭이 작은 2,750원으로 하기로 했다. 전환사채의 지분은 처음보다 0.4% 줄었다.
이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음 해 초 상장되었다. 공모가는 15,000원이었다. 수익이 상당했다. 그즈음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지나고 보니 막차였다. 회사와도 좋은 관계가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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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전환사채 단가가 조정하는 것을 지금도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는다. 법무법인들의 의견이 각각이었다. 조정된 단가도 달랐다.
따지고 들자면 끝이 없다. 사다리를 올라가듯 다음 스테이지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벤처다. 그 귀중한 시간을 작은 이해관계로 소모시킬 수는 없다. 번번이 아쉬운 쪽이, 약한 쪽이 양보하게 된다. 그게 쌓인다. 감정의 골이 파인다. 볼일이 끝나면 돌아선다.
쟁점이 있으면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합의된 절차에 승복하고 앞으로 나가자. 다투어서, 소소한 이익을 틈틈이 챙겼는데, 완벽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작은 전투는 매번 이겼는데, 폐허만 남는 경우다. 교각살우. 소탐대실. 피해야 한다. 그걸 원하는 출자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