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존경받는 사업가였다. 전원 정규직에, 자녀들 대학 등록금도 주고. 작업장 아주머니들이 큰 인사를 했다. 회장님이 한창일 때, 공장 한쪽에서 뛰어놀던 사장님이 창업했다. 연합 동문들이 동지였다.
이사회는 분기에 한번. 사내이사 셋, 사외이사 둘. 모두 다섯. 겉으론 화기애애하고 속으론 답답했다. 성장은 하는데, 시원치 않았다. 벤처가 어려운 건 공장에서 자란 2세 사업가도 마찬가지였다.
사외이사 김이사는 2대 주주. 사장님보다 몇 살 많았다. 같이 창업했고 얼마 전까진 사업을 총괄했다. 김이사는 사장님이 포시러웠다. 앳되보였다. 같이 일할 때도 그렇게 겉돌지 않았을까 싶었다.
두 분이 굳이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 자기 사업이 바빴지만, 이사회는 되도록 왔다. 김이사가 직접 말을 전할 수 있는 건 이사회뿐이니까.
나갔지만, 김이사는 여전히 인트라넷에 접속했고, 체크했다. 담당자한테 직접 물었다. 김이사는 에둘러 이러저러 아쉬운 이야기도 하고, 나름 제안도 했다. 뜻은 많고, 대답은 쉽지 않았다. 사장님도 아는 거였고, 알고도 힘들고, 앞으로도 쉽지 않았다. 그럴 때 사장님은 좀 딴청이었다. 말씀엔 짜증도 있고. 그런 것까지는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 일부러 꺼내고 싶지는 않은, 그런 이야기가 싫었다.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직접 잘하지 그러셨냐 이런 표정이었다. 사장님은 좀 언짢고, 김이사는 답답했다. 나는 알 듯 모를 듯, 짐작만 했다.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차츰 알아갔다. 김이사는 대개 밥도 안 먹고 갔다. 선약이 많았다.
김이사는 본인 지분 4.8%에 우호적인 초기 투자자까지, 확고한 2 대주주 군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도, 책임감도 그대로였다.
김이사를 따로도 봤다. 김이사가 말했다. "지분이 작으면 포기할 수 있다.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는다. 2대 주주라 그것도 안된다. 사업이 안된다고, 나설 수도, 편하게 불구경할 수도 없다. 안타까워 한 말은 무시당한다. 2대 주주 처지가 소액주주만 못하다." 정리하고 싶지만 헐값은 싫었다. 같은 뜻으로 창업한 동지가 이제 불편하고, 불편이 쌓여 불신했다. 점점 멀어졌다.
………
창업자도 이렇게 저렇게 떠난다. 그때 지분을 그대로 갖고도 싶고, 처리하고도 싶다. 결정하기 어렵다.
지분은 권한이다. 이해관계가 일치된 권한은 몇 배의 효과를 만든다. 인정받지 못한 권한은 그 자체가 불협화음이다. 떠나도, 지분이 많으면 과도한 관심을 만든다. 어쩔 수 없다. 듣는 쪽은 간섭이고 고깝다.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욕심을 버리고 이해관계를 다시 설정하자. 서로 인정하는 만큼만 시너지다. 이건 떠나는 사람, 남는 사람, 회사 모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