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업계에 근무하신 분이, 한창 거품을 키우던 온라인 비즈니스를 경계하며, 생활필수품으로 창업을 하셨다. 부친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분이었다. 본인 또한 원만한 성격과 심사역 경험으로 신망이 높았다. 제조업 특성상 회계, 자금 등에서 믿음직한 직장 후배를 조인시켜 관리업무 전체를 맡겼다.
조직개편으로 담당자가 되어 방문했다. 사업현황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듣고, 투자업계 경력이 많았던 두 분에게서 경험담과 시장의 우려를 듣는 시간이 더 길었다. 평판이 좋았던 분들이었다. 경기도 외곽 한적한 곳이었다. 계절 변화를 느끼가며, 조금은 힐링도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12월 24일, 출근하자마자 본부장님에게서 “부도" 이야기를 들었다. 부랴부랴 출동하는데, 머리 속은 하얗고 눈앞이 캄캄한데, 한강의 안개는 그 와중에 땀까지 쥐게 했다. 동행한 팀장님과 가는 내내 한마디도 못했다. 직원, 채권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이 안 되던 사장님과 관리이사는 서로가 나쁜 놈, 무능한 사람이라고 했다.
금형 협력 업체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년간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던 회사가 망가진 것은 대표이사의 무능과 관리이사의 전횡으로 보였다. 제조업에 대한 경험도 흥미도 없고, 영업을 이유로 주로 서울에서 “믿고” 보고 받던 대표이사는 무능했고 태만했다. 이를 틈타, 친인척을 채용하고, 지인을 불러 경치 좋은 회사 뒷곁에서 삼겹살 파티를 때때로 열었다. 또한 맡겨둔 도장으로 금융거래를 무리하게 했다.
하지만, 그들을 안다는 주위 사람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나를 힐난했다. 그만큼 그분들은 이전에는 충직한 관리직의 모범이었다. 나중에 사장이 사무실에 찾아와, 직접 해명하면서 사실을 모든 걸 알게 되었다.
이 일은 몇 가지 교훈을 주었다. 우선,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크로스체킹, 관리 통제 등 견제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은, 선량한 관리자였을 지라도 무사안일, 태만, 배임, 횡령의 유혹에 물들게 하는 시험대이다. 처음엔 바늘이었지만 서서히 소가 된다. “허수아비"가 들판을 지킨다. 마음먹은 도둑은 세콤도 소용없지만 고장 난 CCTV라도 일반인에게는 자기 양심을 지켜주는 외부 지원군이다.
그럼, 심사역으로서, 관리업무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 창업은 스스로 최종 결정권자가 된다는 것, 내부 견제자나 시스템이 없다. 달려가야만 하는 스타트업에게 크로스체킹 같은 건 거추장스러운 일이다. 특히 최근 창업자들은 자율 통제 인프라에서 일해본 경험 자체가 적다. 내가 할 일 중 하나는 그들에게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나태해지고 방만해질 수 있을 때, 지켜보는 눈이 있음을 알려줘, 스스로 양심에 비춰보는 계기를 주는 것이다. 경찰 열명이 도둑 한 명을 못 잡는다. 하지만 자원봉사자 한 명이 양심 있는 시민 100명에게 질서를 어기지 않게 권유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