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존중받고 싶은가? 그럼 존중하라

by 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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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폰은 정말 가지고 싶은 폰이었다. 첫 아이폰처럼. 힘 빠지던 모토로라는 이 모델 하나로 우뚝 일어섰다. (또한 이 폰 이후에 힘을 잃었다.) 세련된 키패드의 미려한 불빛은 국내 지방벤처기업이 제공했다.


그 업체를 담당하기 전에, 우리 회사는 이미 2번 투자했었다.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상태였다. 신제품이 좋아 보였지만, 단독으로 또, 투자하기는 어려웠다. 인바이트 한 창투사들과는 미래 전망에 대해 상당한 갭이 있었다. 일단 새로운 기회를 얻어야 미래도 있고, 사업이 잘 안되면 지분이 많고 적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며... 설득하고 실적에 따른 refixing으로 중재했다. 양측의 갭만큼 그 폭도 컸다.


사업은 없던 산, 협곡도 만들어 내며 거~의(!!) 지체된다. 바닥 refixing으로 사장님의 지분은 쪼그라들었고, 지분은 늘었지만 기관들도 우울했다. 한데,,, 레이저폰이 공전의 히트가 되며 실적은 급호전,,, 투자자는 아주 좋아라 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다.


재주만 부린다고 생각된 사장님으로서는 IPO가 남 좋은 일이었다. ( 소인배 같다고 하기엔 누구나 그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기관은 빨리 상장하기를 원했지만, 고삐를 쥔 마부는 말을 움직일 동기부여가 약했다. 이해관계를 새롭게 재정의해야 했다.


사장님을 토닥이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다른 투자자들을 부단히 설득했다. 초과 이익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기로 합의하고, 부랴부랴 정기주총에서 임원 보수한도를 올려 결의했다. 그 후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터치 분야로 확장했다. 시가총액이 5,000억에 달하기도 했다.


그때 관계자들의 힘겨웠던 타협과 합의가 자중지란을 막고 그 지역 내 고용창출 최고의 업체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계약과 합의는 그 시점에선 항상 최선이다. 리스크를 감당했던 만큼 과실도 당연하다. 하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 또한 사람이다. 지나간 어떤 대박도, 지금의 작은 이익보다 하챦아 보인다. 이렇게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성적으로는 수용하는 척하지만, 감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폭을 넘어섰다면, 이해관계에 맞게 구조를 재설정해야 한다.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


노련한 설계자는 처음부터 감정적인 한계선 내에서 변동폭을 설정한다. 이해관계 일치는 한정된 인적자원들을 통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창출해야 하는 벤처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프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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