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계급장 떼고 생각해보자.

by 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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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상장사도 주총이 한창이었다. 업종 리더, 실적도 계속 성장하고, 이미 상장된 회사라, 주식을 장내에서 샀다. 개인 주주가 되었다. 거기 주총에 간 적이 있다.

...

외부주주, 개미는 나 혼자였다. 신분증 보여주고, 주식수를 확인했다. 총회장으로 들어갔다. 의장 단상 앞으로 양쪽으로 나란히 예닐곱 명 앉는 회의용 테이블이 있고, 자리마다 데스크 마이크가 있었다. 임원회의, 팀장회의하던 장소 같았다. 그 뒤로 배석할 수 있는 의자가 십수 개. 전체적으로 30명 안팎의 배치였다. 경영진, 진행요원 감안하면 지금까지 주주들이 몇 명 오지 않았구나 짐작했다.


진행자 가장 가까운 자리가 비었다. 맞은편에 경영진 푯말이 보였다. 대표이사,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 명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주주".


옆자리에는 짙은 양복의 한창 젊은 남자들이었다. 건장하진 않아도, 단정하고, 말이 없었다. 손에 든 메모에는 “본인은 주주로서…”가 보였다. 말을 건넸다. 직원이신가 봐요. 멈칫하는데, 여전히 말이 없었다.


누군가 다가왔다. 신문 사진으로 본 부사장이었다. 끝나고 차 한 잔 하자고 했다. 좋다고 했다. 만나고 싶던 사람인데, 잘 되었다.


대표이사가 의장으로 개회를 선언했다. 참석한 외부주주는 나 혼자였다.


영업보고, 다음에 안건 심의. 1호 의안은 재무제표 보고. 감사가 의례적인 문체로 말했다. 현금 배당도 확정되었다. 배당기산일 주가 기준 1.2%. 저금리 감안하면 좋은 배당률이었다.


2호 안건은 정관개정, 목적사항 추가. 의장이 이의 없는지 물었다. 마이크를 버튼을 눌렀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 소리가 주총장에 울렸다. 맞은편에 있던 부사장, 사외이사, 감사, 모두가 쳐다봤다. 의자를 당겨 앉았다. 손을 들었다. 질문해도 됩니까? 주총장은 조용했다. 발언권을 줬다. 정말 궁금한 거였다. 대표이사가 답변했다. 모호한 부분을 지적했는데 본인도 이제 보니 좀 그렇게 보인다 했다. 의장이 어떻게 처리하지 물었고, 부사장이 바로 대응하지 못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이, “그래도… 전체적으로..." 멘트를 붙여, 의안에 동의한다 말했다. 다른 분이 재청했다. 그냥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나도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성의 있는 답변을 들은 걸로, 대표이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는 걸로 충분했다.


부사장이 자기 방으로 가자 했다. 빈말이 아니었구나. 1시간 넘게 이야기했다.


대표이사가 개미 주주 지적을 무시하지 않았다. 부사장이 설명한 시장 현황, 경쟁현황과 대응이 이해되었다. 이 주식은 오래 가져가도 되겠다 생각했다.

…..

심사역은 투자조합의 대리인으로, 주총 참석, 의결권 행사는 늘 하는 일이다. 심사역이 주총에서 “의장, 이의 있습니다” 하면 분위기가 싸하게 바뀐다. 냉정하게 보면 그뿐이다. 경영권자가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뿐, 의사결정에 무기력하다. 소외된다. 다수결로 돌아가는 주식회사의 작동 구조다.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법규, 권리와 의무를 빼곡히 쓴 계약서, 의미 없다. 도를 넘어서면 그땐 파국만 있을 뿐, 결국 아무 소용없다.


계약서에 적힌 권리를 빼고, 투자한 벤처를 보자. 그래도 투자할 만 한가?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괜찮은 투자처인가? 믿을 만 한가? 스타트업 투자는 사람이다. 통하지 않으면, 기관투자자도 소액주주와 다를 바 없는 처지다. 좋은 투자처인지는 계약서 빼고, 지분도 내려놓고 이야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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