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축학개론 02

설계공모, 그 뜨거운 하루

by 건축b급공무원

요즘은

공무원의 일이 투명해졌습니다.

정보공개는 기본이고,

SNS를 통한 홍보도 이제는 일상이죠.


하지만

아직도 ‘관’이라는 공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폐쇄적으로 느껴질 겁니다.


그럼에도 단 하루,

설계공모 심사일만큼은

가장 공개적이고 가장 뜨거운 순간이 됩니다.



심사는 대부분 실시간 라이브 중계로 진행됩니다.

시민도, 참가자도, 공무원도 그 과정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그날,

공모 담당 건축직공무원은

1분 1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참가등록부터 현장설명,

질의응답과 작품접수,

심사 전 기술검토 과정까지

모든 절차에서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행정의 ‘흐름’이 아니라

설계자의 ‘삶’이 걸린 과정이니까요.



수많은 고민과 열정으로

공모안을 만들어 제출한 건축사들에게

매번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긴장되는 대기실과 치열한 심사장의 공기를 견디며

자신의 작품을

열정적으로 발표하고, 어필하는 그 모습은

솔직히 말해 멋있고,

조금은 부럽습니다.



심사위원들 또한 그날만큼은,

결코 가볍게 앉아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공고일로부터 심사일까지

본인의 이름과 이력을 걸고

사전 접촉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심사 당일,

제출된 작품을 하나하나 깊이 들여다보며

공정하고 신중한 평가를 수행합니다.


공정성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도 무겁지만,

현장에서 그 무게를 견디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고 고된 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선작은 오직 하나뿐..

마음속에 오래 남는 건

낙선자들의 상실감.


그 감정이 자꾸 다가와

나는 또 스스로 힘들게 합니다.


낙선자들의 상실감이

당선자의 기쁨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 나는,

그래서 아직도

b급 공무원인가 봅니다.



당선 발표가 끝난 후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혹시 심사에 실수는 없었나,

기술검토에 놓친 건 없었나,

다음 날 민원이 들어오진 않을까.


몇 번이고 자료를 열어보며

과정을 되짚어 봅니다.



그리고 알고 있습니다.

낙선자들의 그날 이후 하루는,

아마 저보다 더 힘들 거라는 걸.


자료를 다시 열어보고,

심사 과정을 되짚으며,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b급 공무원의 하루는,

아마도 인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보다

긴장되고 조심스러운 날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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