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네이버 지식인 질문에 답을 달지 못했었는데 문득 보니 1:1질문이 와 있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글과 무관하지 않아서 답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막상 질문을 받고 보니 왜 내가 그 글을 쓰고있는지 보다 명확해진 느낌이 듭니다.
생각의 과정
안녕하세요..?
'상상이 잘 안되요'라는 질문에 2019년 무뿔님이 남기셨던 한 답변을 보고 이렇게 1대1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지식인에 올린 질문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저는 생각이란 어떻게 하는지 정말 고민이 많은 사람 입니다. 생각을 글로 하는지, 이미지로 하는지, 어떻게 논리적인 생각을 하는지,,, 무뿔님의 조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ㅜㅜㅜ
아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데요,, 수학문제 풀때는 무슨 생각으로 푸는 건가요?? 수학문제를 풀때 한글로 언어로 평상시처럼 생각하는 것도아니고, 그림을 떠올리면서 풀자니 온전히 이현상을 설명하기 힘든것 같고,, 본능으로 푸는건가요?
예를들어 2+4 = 6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글자도 아니고 이미지도 아니잖아요,, 본능으로 밖에 설명이 안되는것 같아요,,
생각은 대부분 대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신을 지켜보면 약간 멍해지 실 겁니다.
왜냐하면 생각하는 자신을 생각하게 되면 우리의 의식은 알아차리기만 하기 때문에 의식자체를 의식하려는 시도에 대해 인식하려는 생각의 내용이 없는 것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또 생각은 언어적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있었는지 되돌아 보면 마치 누구에게 말을 하듯이 생각이 이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드문드문 끊어지지만 밖으로 소리내지 않는 방백과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연상은 생각의 한 갈래입니다.
언어적인 독백이 생각의 주된 전개방식이지만 주제의 연관에 따라 연상이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내가 보았던 것을 불러올 수도 있고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것은 연상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미지에 대한 판단은 또 연상과 다른 생각의 부분이겠지요.
생각을 잘하려면 타인의 생각을 참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생각을 처음부터 살펴보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판단이라는 생각의 결과를 가지고 생각을 올바로 하는 지 논리적인지 여부를 알수가 있을 것입니다. 판단을 하려고 하면 크다 작다 많다 적다 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비교를 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어떤 것을 선택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판단입니다. 내 삶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겠죠.
그런 예측 판단은 그 선택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 무엇을 보다더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생각이고 그 결과가 판단인 것이죠.
판단을 잘하려면 결국 가치를 비교하고 선택하는 역량이 길러져야 합니다.
아파트가 좋은지 단일주택이 좋은지 도시가 좋은지 시골이 좋은지 우리는 무수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때마다 생각이란 것을 강요받게 됩니다.
이러한 가치에 대해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냥 싫다 라고 해서는 그 주장이 상대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고 내가 왜 이런 가치를 중시하는 지 근거를 제시하고 그 근거와 지금 직면한 상황을 관계지어서 이렇게 생각을 했다고 차근차근 말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억지 논리가 나오고 어깃짱을 부린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과연 내가 바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논리를 이야기하자면 과학적 접근방법을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과학은 처음에 사실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판단을 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합니다.
가설을 세우는 것입니다.
'만약에 조건이 이러하다면 이 것은 참이다.'
내가 관찰할 수 있는 상황으로 한정해두고 '이런 이런 조건을 충족하다면 이것은 옳다'
이렇게 미리 판단할 수 있도록 가정을 하고 관찰과 실험등을 통해 이를 증명합니다.
우리의 사고 또한 논리적이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야겠지요.
어떤 사실에 대해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를 생각해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 근거를 적어봅니다.
이 두 가지 작업만으로도 생각을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드실 겁니다.
내가 적어둔 근거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확인합니다.
본인의 생각이 미심쩍다면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 다시 1:1 질문으로 보내셔도 좋겠습니다.
사족
타인의 생각이 잘 드러나있는 책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철학이란 대체로 어렵다고 생각하고 멀리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철학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생각들을 깊이 전개한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그리스 철학은 세상의 시작과 변화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을 단련하는 시작으로 그리스 철학을 택하는 것입니다. 다만 고전이다보니 시대적인 차이에 의해서 현대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한 소양이 필요합니다. 그리스 신화라던가 역사, 전쟁사, 위인들의 전기를 통해 이를 보충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가 지금 책을 하나 기획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내는 힘' -앎의 확장- 이라는 책입니다.
현재 브런치에 연재중입니다.
https://brunch.co.kr/@bcw6222/4
님처럼 정말 생각을 제대로 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을 제대로 키워내려면 소크라테스가 했던 것처럼 대화술로 푸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마치 학교에서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자신의 생각을 나누듯이 대화를 하고 여기서 막히면 선생님에게 질문하고 상대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나의 의견과 어떻게 다른지 스스로의 생각에 대해 고민하고 또 말로 풀어보는 과정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러한 여건은 우리에게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막상 학창시절에는 이러한 생각에 대한 고민이 없었고 정작 이런 고민을 시작할때쯤이면 함께 할 친구나 스승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이 필요합니다. 제대로된 책읽기를 통해서 스스로의 생각을 그려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에 대해 '생각의 지도' 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리스 이전 태초 빅뱅과 창조설화 에서 부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와 양자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존재론의 새로운 고찰에 이르기까지 짚어보는 것을 필두로 해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어지는 그리스 철학을 새롭게 짚어보면서 사유의 조건들을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러한 그리스 문명은 오래가지 못하고 단절되며 아랍권에서 이를 이어받아서 유지하고 있다가 르네상스를 통해 유럽이 고대를 재발견하게 됨으로써 근대로 이어집니다.
우리의 생각이 풍부해지려면 연결된 고리가 많아져야 합니다. 무언가 를 새롭게 배울 때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뚝 떨어져 있는 단어들을 외우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미 머리속에 네트웍이 형성되어 있다면 이전에 몰랐던 개념도 생각의 네트웍에 바로 편입이 되기 마련입니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도 판단의 사례들이 필요합니다.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서 다양한 판단을 배울 수 있습니다. 어떤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더듬어 가다보면 과거의 일도 현재와 다를 바 없이 인간의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끝으로 수학문제를 말씀하셨는데 2+4 = 6 이 참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생각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호를 이해해야 만 문제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본능적으로 안다는 것보다는 경험하지 않고도 원래 가지고 있던 지식으로 알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칸트는 이를 선험적인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사실 인간은 백지로 태어난다는 것이 경험론의 주장이었는데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칸트의 주장이었지요... 우리가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시간과 공간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머리속에 주어져 있는 지식도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답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그만큼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이러한 질문은 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질문을 던져주시면 이번에는 늦지 않고 바로 바로 답변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