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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뿔 Feb 13. 2021

창조는 표현에 있습니다.

5천만이 크리에이티브다


관찰24시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관찰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죠.

오늘 아침에 문득 이 프로그램을 보는데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레고를 '업'의 경지로 승화시킨 주인공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타이틀이 무려 국내 유일의 조립식 장난감 공인작가 였습니다.

레고부품만 가지고 만드는 스타워즈 선체 모습이나 내부의 헬쓰장까지 이건 장난감이 아니라 예술품에 가까운 디테일을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시들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곧 있을 이벤트에 납품하기 위해 만드는 눈사람도 시선이 집중되게 만들었습니다. 

레고사에서 공인하는 작가는 세계에서도 20명 정도밖에 없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 잠깐 가지고 놀다 끝난 장난감을 가지고 세계인증을 받은 거나 한 가지입니다.

레고부품 소짜만 5천여개가 빼곡히 일련번호대로 분류, 진열되어있습니다. 이보다 큰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서랍장에 또 희귀부품 또한 별도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부품을 관리하고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레고 장난감을 조립하는 것은 옛날 우리가 가지고 놀던 방식으로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를 하고 그 설계에 맞추어 작업을 합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하려고 엄두를 냈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걸어온 길을 살펴보니 그저 레고가 좋아서 빠져들었고 카이스트를 나온 공학도로서 대기업에도 근무했던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써 자신이 알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레고에 쏟아부은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지금은 기억도 못하는 친구집에서 레고를 처음 본 순간 김성완작가(레고 공인작가)는 생전 처음보는 장난감에 전율했다고 합니다. 대학시절 레고를 다시 만난 그는 이베이를 뒤져서 자신이 갖고싶은 레고모델을 구했고 브릭인사이드라는 홈페이지를 제작했는데 지금은 국내 최대의 레고 동호회가 되었답니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찾았지만 늘 자금문제로 허덕이던 그는 마침내 레고본사로부터 공인작가자격을 획득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안착한 것입니다. 정말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나갈 수 있다면 길은 열리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멍하니 TV를 보고 있자니 또 한사람 요즘 정말 핫하다는 How you like it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 한복을 제공한 사람이 나왔습니다.

전통한복의 맵시과 요즘의 트렌드가 결합된 아주 독특한 복식을 창조하는 이 인물은 전공이 중국어였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전공을 살려 카지노에 근무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한복을 좋아했던 김단하는 세계각지를 다니며 한복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체험합니다.  프랑스에서 유명사진작가가 공짜로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제안도 받았고 바이어로부터 납품제의를 받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그녀는 전통복식연구소에서 한복제작기법을 배우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의상학 관련 석박사학위를 취득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단짝과 함께 삼백만원을 투자해 단하주단이라는 한복스타트업을 차립니다. 한복을 재해석하는 재미에 빠져있다는 그녀는 궁중보자기의 문양을 한복에 적용하기도 하고 오래된 한복을 기증받아 업싸이클링도 하는 등 그녀만의 방식으로 한복을 탈바꿈시켰습니다. 


캐나다 밴쿠버 패션협회 초청을 계기로 블랙핑크의 뮤비까지 진출하고 보니 어느새 홍보는 끝나있는 겁니다.



요즘은 정말 크리에이티브 인플루언서의 세상인 듯합니다.

로버트 드니로와 앤 헤서웨이(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일약 스타로 오른 여배우죠)가 주연했던 '인턴'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면 제목이 인턴인지라 로버트 드니로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대로 영화를 보게 되니 앤 해서웨이의 입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소위 온라인 쇼핑몰로 대박난 젊은 CEO입니다.

회사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커지는 바람에 오히려 자신의 가정과 삶이 흔들리는 중입니다.

그녀의 남편 역시 유망한 재원이었지만 그녀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업주부의 삶을 택합니다.

앤 해서웨이는 남편을 생각하면 가정을 위해 시간을 더 내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지요.

남편의 외도와 삐걱거리는 전문경영인 영입, 그리고 점점 더 바빠지기만 하는 그녀의 사업체... 

창조적 사업가인 크리에이티브는 과연 기존의 삶, 육아와 어르신 봉양등, 이제껏 꾸려왔던 살림살이에 녹아들 수 있는가가 어쩌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통적 삶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앤해서웨이의 삶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지만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인다면 패자는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희미한 바램이 읽혀졌습니다.


온라인 세상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블로그로 천만원이상의 수익을 내는 사람도 있고 유튜브 크리에이티브도 있습니다.

위에서 본 장난감 조립 공인작가와 한복 패션디자이너도 여기에 포함될 것입니다.

이들은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창조의 원천을 얻은 것입니다.

전통적인 한국사회에서는 어릴 때부터 감정표현을 억제하도록 교육받습니다.

너무 기뻐해서도 안되고 자기주장이 강해도 안됩니다. 떼를 쓰거나 울거나하는 것은 자식교육을 잘못시켰다는 단적인 예이므로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예의바르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한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심지어는 업이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필자스스로도 돌이켜 볼 때 스스로의 감정을 존중받은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마음속 빗장이 열리게 되면 엄청난 표현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K-pop이 뜨고 한류드라마가 뜨는 것 역시 표현의 문제입니다.

춤으로 표현하던 노래가사로 전달하던 우리내의 삭힌 감정들이 세계인들을 감복시키는 것입니다.

어떤 문화인류학자는 말했습니다.

'욕구를 지연시킴으로써 문명이 발생한다.'

날 것 그대로를 먹지 않고 저장했다가 먹으려 했기 때문에 다양한 숙성기법이 생겨났듯이 

성욕을 지연하고 제한하려고 한 것이 결혼제도를 만든 것처럼

........

전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억눌렀던 마음이 그 빗장을 해제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이 에너지는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내가 나의 생각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지속적으로 표현이 가능해 집니다.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생각은 더욱더 현실과 조응하고 실현가능한 형태로 바뀌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표현을 해야 합니다. 

혹자는 그러면 또다른 한류를 위해 인위적으로라도 억눌러야 하는 것이냐고 짖굿게 물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억눌린 세월의 무게가 같을 수 없기에 숙성된 표현을 위해 새삼스럽게 작위적으로 다시 억누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반만년의 인고의 역사를 통해 근근히 살아온 우리 민족은 가슴속에 몽고반점과 같은 응어리가 있고 그 응어리가 올바로 터져나올 길만 열어주면 크리에이티브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크리에이티브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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