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책읽으면 다양한 많은 생각이 엄청나게 드는데
어느정도 까지 생각하는게 적당할까요?
책 읽고 꼭 생각해봐야할건 뭐가있을까여?
책을 읽고나서 다양한 많은 생각이 난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실제로 책을 읽고 나면 많은 인상만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도 곧 희미해져서 잔상으로 남게 됩니다.
질문자님은 아마도 책읽는 도중에 다양한 생각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사실 별 다른 생각이 안납니다.
다 읽었다!
재밌네!
재미없네!
이 작가 괜찮네!
이 정도가 책에 대한 생각일 것입니다.
작가의 멘트나 책의 흐름,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기억도 있습니다만 이런 것들은 내 생각이라기 보다는 읽은 내용에 대한 기억입니다.
사실 생각은 책을 읽는 도중에 많이 정말 다양하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또 많이 잊혀집니다.
처음에 책을 단박에 읽어나가서 끝까지 읽고 책을 덮으면
순간적으로 '확' 하고 자신이 읽은 내용을 전체적으로 느낄 때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를 문장으로 표현하려는 순간 복잡해집니다.
내용은 모두 인식하고 있는데 정리가 안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정리를 시작하다보면 결국 줄거리를 요약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작 책을 읽으면서 살아났던 나의 느낌은 잊어버리거나 기억을 하더라도 바래져버려서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지워지기 전에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작가는 이런 장면에서 참 특이한 표현을 한다'
이런 생각은 그 장면이 지나가면 희미해집니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뭔가 특이한 책이었어.'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 인 것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메모하겠다고 하다보면 책을 읽는 리듬이 깨집니다.
막상 무엇을 메모할 것인가 하고 펜을 들고 있는 것은
읽는 내내 메모할 꺼리를 무의식중에 검색하고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온전히 내용에 빠져들지 못하고 겉돌고 책을 읽는 흐름이 깨지면
흥이 식어서 다시보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이 여러갈래로 분산되다보면 눈과 책의 내용이 겉돌고
머리속에서 연상의 실타래가 뚝 뚝 끊어집니다.
이럴 땐 펜을 놓고 읽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메모할 꺼리가 나타났을 때 펜을 들면 됩니다.
(아무래도 몰입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렵긴 하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미리 메모할 준비를 해서 옆에 두고라도 메모하면서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복잡한 관계구조를 벤다이어 그램으로 표현하면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보다 큰 개념과 그 아래 하위개념을 구별하고 표시하면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정답이 없긴 합니다만 재밌는 책은 재밌는 책 대로 몰입해서 읽고 무언가를 검색해서 건져야 할 책은 몰입이 안되더라도 메모가능한 독서를 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질문자님의 질문에 답을 할 준비가 된 것같습니다.
책을 읽고 어느정도까지 생각하는 것이 적당한가하는 질문에는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생물학과 역사학 두 가지 학문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가
독자를 자신이 생각하는 사고(思考)의 끝까지 밀어붙이는 듯한 필력을 구사합니다.
평소에 내가 인류의 기원과 성장과정에 대해 극한으로 사고한다면 얻을 수 있는 내용을 펼쳐보여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물학적인 분야의 연구와 고고학적인 성과를 교차시키면서 의미있는 결합을 찾아내고 그 결합을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생각할 수 있는 범위한계까지 시뮬레이션한 결과 같은 거 말입니다.
아마도 짧은 시간에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모든 책이 사피엔스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문장이던 집중하라는 것이 아니니까요......
일부러 사고를 극한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억지로 생각을 멈출 필요도 없겠습니다.
생각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면서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자신만의 글읽기 방법을 깨치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펼치다가 자신의 철학을 시작하는 철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칸트에게 영향을 받은 쇼펜하우어나 니체, 들뢰즈 같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글읽기를 통해서 자신의 철학세계를 새롭게 구축한 사람들입니다.
미셀 푸코와 같은 사람은 사유와 인식에 대한 '고고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까지 철학사를 다시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재서술하는 과정을 통해서 근대철학의 방벽을 뚫고 현대철학의 가지를 뻗은 사람이죠.
고고학은 과거의 유적이나 유물을 해석해서 그 시대를 재구성하는 학문일텐데 사유와 인식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역사속의 다양한 사건이나 기록들을 재해석하는 작업이 흥미로왔습니다.
자신만의 책읽기는 바로 자신만의 글쓰기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자극에 대한 나의 모든 생각이 가치있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자신만의 시각으로 의혹을 질문으로 만들어가면서 끝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쫓아가는 것이 어쩌면 모든 학문의 기본적인 지향점일 것입니다.(저는 이것을 나 자신의 카리큘럼짜기라고 부릅니다)
책을 읽고 나서 꼭 생각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국어시간에 배운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책을 읽고나면
'주제가 뭐였지?'
'주인공의 세계관은 ?'
'주인공에 대해 주어진 시련은 극복가능했나?' 와 같이 정해진 형식에 맞춰서 중요한 요점을 떠올려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식이 모든 책에 맞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책을 읽기전에 먼저 의혹을 품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제목을 가지고 작가는 뭘 말하려고 하는 거지?"라던가
"배경을 이렇게 설정한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등등
어떤 것이라도 툭하고 건드린다는 느낌으로 의혹을 만들고 읽어가는 동안 그 의혹이 의문으로 바뀌고
이 의문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다듬을 수 있다면 결국 저 질문에 대한 답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해야 할 것'으로 될 것입니다.
질문내용만 가지고 궁금해 하는 내용이 와닿지 않아서 조금 산만하게 썼습니다.
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출처] 책을 읽고 꼭 생각해야 할 건 뭘까요?|작성자 무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