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부재
요즘 참 핫하다는 드라마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즐겨보는데 문득 열등감이 생겼습니다.
나는 사지 멀쩡하고 정서적인 문제도 없는데
왜 저렇게 치열하게 살지 못했나 하는 그런 생각말입니다.
하지만 그냥 열등감이 아니라 다만 치열하지 못한 삶을 부끄러워하고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료 변호사 권민우의 생각은 다른 모양입니다.
주변의 우영우에 대한 배려가 역차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는
어쩌면 권민우라는 캐릭터의 바탕에 깔린 열등감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이런 저런 사소한 일로 불화가 잘 일어납니다.
괜스레 짜증내고 다투고 나서 상황을 복기해보면 마음 한구석에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열등감과 패배의식은 때로는 분발하고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을 괴롭히는 마음속 그림자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평소에 마음을 잘 살펴서 잡초처럼 자라나는 열등감을 그때 그때 없애주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감정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열등감에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것에 의한 열등감입니다.
가린다고 가려지지 않는 것.
키에 대한 열등감이나 얼굴의 흉터같은 외부적인 것이 많겠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극복은 꾸준히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계속 부딪히고 살 수 밖에 없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번째 종류의 열등감이 중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열등감이죠.
숨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만 안고 삽니다.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 합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의 흉터라거나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다거나하는 단편적인 것부터
누군가의 어떤 특정한 능력, 예를 들자면 말을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서 생기는 열등감 같은 것입니다.
이런 열등감은 주변에 우월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더 부각되기 마련입니다.
사람이 그 능력하나로 가치가 매겨지는 것은 아닌데
일단 열등감을 가지기 시작하면 나의 모든 부분에서 자존감을 지켜내기가 어려워 집니다.
또 다른 사람이 볼때는 그렇게 느끼지도 않는데 자신은 예민해지게 되고 타인의 시선에 더욱더 신경이 쓰이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쩌면 단순합니다.
첫번째 열등감처럼 드러내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숨길 수 있는 열등감에서 크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마음속에서 지어낸 것입니다.
그사람의 표정이나 말투, 나에게 대하는 태도등을 종합해서 그사람의 속마음을 짐작하게 되는데
이것은 정황상 맞을 개연성도 크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내 자신의 열등감을 힘들게 밖으로 꺼낼 때 우리는 알게 됩니다.
줄곧 의식해왔던 타인의 시선이란 결국 나의 마음속 사건에 불과했다는 것을...
드러나는 열등감은 햇볕에 놓인 뿌리뽑힌 잡초처럼 시들어서 말라죽지만
감추는 열등감은 땅속깊이 뿌리내려서 우리들 자신의 자존감을 파먹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못하는 부분을 인정하고 상대가 잘하는 부분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이 모든 것을 잘 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못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면 나아집니다.
내가 먼저 나의 열등감을 인정하고 드러낼 때 나의 다른 부분이 의식의 저편에 묻혀있다가 깨어나게 됩니다.
나의 자존감을 회복한다면 어떤 한 분야에서의 열등감이란 의미가 없게 됩니다.
요리를 못하는 박지성이 열등감을 가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연아가 뜨개질을 하지 못한다고 열등감을 갖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열등감은 자존감의 부재이며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꼭꼭 감추고 숨길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인정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