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중심을 찾아서
책의 내용과
나 자신의 일상경험이 맞물릴때,
비로소 읽기의 진정성이 드러난다
작가의 주장과 나의 경험은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다.
네 바퀴의 자동차와 달리
두 바퀴 자전거는 늘 중심을 요구한다.
오른쪽으로 기울면 핸들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기울면 다시 왼쪽으로.
균형은 멈춰 있을 때가 아니라
움직이는 동안에만 유지된다.
독서도 그렇다.
어느 순간 우리는 작가의 말에 쏠리고,
또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선입견 쪽으로 기운다.
작가의 목소리에 깊이 빠져드는 것을
흔히 ‘몰입’이라 부른다.
그러나 몰입이
무비판적인 수용으로 흘러간다면
그때 읽고 있는 것은
책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대신 재생하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내 생각이 너무 앞서 나가
텍스트를 밀어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책을 읽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책을 이용해
이미 가진 생각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몰입하되,
완전히 잠기지 않고
때로는 한 걸음 물러나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
작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각도에서
문장을 다시 바라보는 일.
그때 비로소
텍스트는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나를 잊고 읽은 책은
대개 오래 남지 않는다.
내 마음을 이루는 다른 것들이
그 책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중심이 되어 읽은 문장 하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나의 생각에 더해져
앎의 지평을 조금 더 넓혀준다.
어떤 책을 읽든 나의 중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늦은 나이에 알게되었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타는 것이라면
독서는 때로
방황하기 위해 읽는다.
흔들리면서 잊고 있었던 중심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뚤비뚤한 읽기 속에서
중심을 찾는 법을
우리는 그렇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