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도구들

1. 관찰

by 무뿔

관찰은 ‘볼 관(觀)’과 ‘살필 찰(察)’로 이루어진 말이다.

단순히 본다는 의미를 넘어, 보고 나서 다시 살핀다는 뜻이 함께 담겨 있다.

그냥 보는 것과 주의 깊게 보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자연에 관한 많은 지식은 책에서 얻어진다.

그러나 그렇게 획득된 지식은 한 번 더 걸러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관찰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Geerat J. Vermeij


관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어야 하고,

의미 있는 변화와 그렇지 않은 차이를 구별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역량은 기술이라기보다 태도에 가깝다.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그 대상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셀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탄생』에서 관찰을 가장 첫 번째 사고 도구로 제시한다.

생산적인 사고는 내적 상상과 외적 경험이 일치할 때 이루어진다는 말은

관찰이 왜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책을 읽고 있을 때

나의 일상경험과 작가의 문장이 맞닥뜨리면서

사유가 가동된다는 사실에 힘을 싣는다.


.. 그래서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며,

생각 또한 관찰의 한 형태다.

관찰 행위의 목적은

감각적 경험과 지적 의식을

가능한 한 가깝게 연결하는 데 있다. 생각의 탄생 p74


관찰의 사례를 살펴보면

감각적 경험과 지적의식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주의력을 키워야 하며 질문을 품는 것이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작임을 알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망치질을 했지만

그 소리를 주의 깊게 듣지는 않았다.

쇠막대기든, 마림바의 나무 건반이든, 첼로의 현이든

물체의 길이가 음의 높낮이와 관련이 있음을

맨 처음 알아낸 사람은

대장장이의 망치 소리를 유심히 듣고 있던 피타고라스였다.

사람들은 수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하늘이 왜 파란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 질문을 붙잡은 인물은

18세기 물리학자 존 틴달이었다.

그는 하늘의 색이 대기 중의 미세한 입자에 의해

햇빛이 산란되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각의 탄생 p70


이 두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분명하다.

두 경우 모두, 이미 모두가 보고 있던 것에 질문을 던졌다는 점이다.

피타고라스는 세상에 없던 소리를 새로 들은 것이 아니라,

물체의 길이와 음의 높낮이 사이의 관계를 들었다.

틴달 역시 이전에 보지 못했던 하늘을 처음 본 것이 아니라,

하늘에 색이 생겨나는 이유를 물었다.

질문은 관찰이

익숙한 것 속에서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새로운지를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발견이란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일이다.

— 앨버트 스젠트죄르지


관찰은 새로운 대상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늘 보아 오던 것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차이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낯설게 하기는

그 차이를 보기 위해

익숙함을 잠시 멈추는

마음의 초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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