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내가 경험한 형상화
6장의 글을 올리고 다시 읽었을 때
분명 형상화에 관한 글을 썼는데
내마음 속에서 형상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느꼈다.
곰곰히 문장을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 것같았다.
개념과 정의를 진술하고 이를 인식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장은 정보로는 존재하지만
마음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
6장의 글이 특히 그러했다.
형상화란 과연 무엇인가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나의 경험속에서 이와 빗대어 말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다음은 나의 경험담이다.
내가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무렵,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빨리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눈으로만 글을 보고 지나갔다.
문장을 읽는다기보다, 글자를 무늬처럼 스캔하고 있었다.
속도는 당연히 빨라졌지만 내용은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읽고 있다는 감각은 있었지만, 읽힌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더 이해하려고 애쓰는 대신, 이 글을 내가 알아차렸다는 신호를 내 안에서 느끼려 했다.
하나의 글자를 읽을 때 그 문장이 가진 음가(소리값)를 떠올렸다.
이어 읽으면 그 울림도 함께 이어졌다.
눈은 문자를 따라가고 있었지만, 귀에서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안에서 따라 읽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이때가
마음속 형상과 바깥의 글이 처음으로 조응하던 순간이었다.
문자는 시각적인 기호이고,
언어는 소리다.
문자를 시각적으로만 볼 때,
언어에 속한 의미는 전달되지 않는다.
기호가 의미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그 사이를 건너는 매개 과정이 필요하다.
나에게 그 매개는 시각에서 청각으로의 전환이었고, 그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글이 눈에 비치는 것을 넘어서 의미가 함께 전달되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눈으로 보는데 귀에서 컴파일링되는 느낌.
연상과 독해는 그 다음의 문제였다.
핵심은 단 하나였다.
기호가 의미로 바뀌는 순간을 실제로 목격했다는 것.
이것이
내가 경험한 형상화다.
나중에 나는 이 독서의 방식을 발전시켜서
심상독서라고 부르게 된다.(책을 읽어내는 힘 후반부에 다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