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속도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두 가지
“토토,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꽤나 자주, 내가 진실로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해 주시는 아버지와 해당 전시를 함께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영화 “시네마 천국”은 영사실에서 일하는 알프레도와 영화를 사랑하는 소년 토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이 영화가 “성장의 플롯”을 담고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시네마 천국을 보기 전의 나에겐, 이 설명은 심플하지만 중요한 시선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재현해 놓은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이 “성장”은 일대기적 성장이 아닌 꿈과 사랑을 향한 성장이라고 정리해 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토토, 알프레도, 등의 주요 인물들이 “영화와 영사실”이라는 상황에 맞물리면서 그들은 각각의 속도에 맞게 성장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불필요하게 여겨졌던 장면을 삭제하는 알프레도는 토토를 만나 자신이 사랑스러운 꿈을 꾸고 있음을, 토토는 그런 알프레도를 바라보며 영사실이라는 꿈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꿈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꿈을 마침내 실감하게 된 두 남자의 커다란 성장, 이번 전시장에서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영사실 세트와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온 벽면에 꽉 채운 공간에 들어갔을 때, 시네마 천국이 현재까지도 쭉 이어져 온 한 장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했다.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말했던 사랑의 영속성이 전시장에 그대로 나타났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도 느낌표를 선사할 전시라고 확신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느꼈던 바는 인생을 부지런히 굴러가게 해주는 두 가지의 메커니즘, 꿈과 사랑이 숫자가 아닌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는지에 따라 성장 속도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 갈대밭 장면을 재현한 공간을 아버지와 함께 걸을 때 평소에는 오랫동안 바라보지 못한 뒷모습을 찍어드렸다. 나와 함께 성장하셨던 약 25년이라는 시간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내 성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본 분과의 감상은 이로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무거운 짐이 어깨를 누르는 것 같아 보일 때는 덜어드릴 수 있게, 이제 자주 뒷모습을 바라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버지와 전시를 감상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동행하는 사람 혹은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유 속에서 나의 성장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2025년도 꿈과 사랑, 그 모든 분야에서 성장을 이루어 나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토토와 알프레도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기억하며, 성장을 숫자로만 표기하는 멍청한 짓은 그만 버려야겠다.
@ 원문 링크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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