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고 있는 영혼을 위한 진혹곡

날 위한 레퀴엠이 될 것 같아요

by 알음다움
연극 아마데우스 포스터.jpg

“날 위한 레퀴엠이 될 것 같아요”


진혼곡을 완성하지 못한 모차르트의 울부짖음이 창문 너머 달빛에까지 달려든다. 사랑도, 작곡도 뭐 하나 어려울 게 없었던 그에게 진혼곡을 작곡하는 일은 있는 힘껏 자신을 부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곁에서 눈부신 옷을 입고 다가오는 살리에리의 얼굴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달빛의 그림자인 줄 알았으나, 양심의 가책이 불러오는 어두움이었으므로 결국 그 그림자가 살리에리의 얼굴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극의 끝에 다다를수록 망가지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영혼. 결국 그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대사처럼 그들을 위한 레퀴엠이 되고 말았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열등감과 박탈감으로부터 한 사람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비추고 있다.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음악성을 한눈에 알아본 살리에리는 그 재능을 간절히 열망했고 매일 신에게 기도했다. 그러나 신은 그에게 모차르트와 같은 재능을 주지 않았다고 여겼고, 결국 그는 그와 모차르트를 파국으로 이끈 장본인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모차르트와 자신의 거짓된 관계가 주목받게 한 태도만 보아도 그의 모차르트에 대한 집착은 얼마나 지독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관점으로 보고 싶다. 살리에리의 온전한 영혼이 죽게 된 이유가 ‘모차르트의 죽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차르트가 죽고 나면 살리에리의 영혼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마지막 아마데우스의 음악과 그의 재능을 껴안고 용서를 강요하는 살리에리의 모습을 보니 아마 그도 아마데우스가 죽으면 그의 영혼이 무덤 속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 더 두려움에 떨었던 것 아닐까. 모차르트가 등장하기 이전, 살리에리는 궁정 작곡가로서 명예와 부를 잔뜩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데우스의 등장을 필두로 다시 눈에 불꽃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모차르트를 엿보면서, 그를 괴롭히면서, 곤경에 빠뜨리면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잔인한 형태의 사람인지, 욕망에 얼마나 들끓는 사람인지 실감했을 것이다.


현대에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라이벌의 존재만으로도 나의 성과가 달라지고 영향을 많이 받는 현상을 많이 마주할 수 있다. 그건 다른 역사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모차르트와 아마데우스는 서로가 서로에게 질투를 느끼고 열망을 느끼며 서로를 더 성장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둘의 욕심과 질투가 한데 어우러져 결혼식을 이룰 수 있었지만.. 연극 아마데우스는 이들의 영혼이 고요히 잠드는 “레퀴엠” 그 자체를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연극 <아마데우스>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연극은 단순히 두 천재의 비극적인 관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깊이 자리한 욕망과 질투, 그리고 이를 통해 파괴되는 영혼의 덧없음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찬란하지만 짧았던 그의 삶, 그리고 그 빛에 가려져 그림자처럼 일그러진 살리에리의 영혼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빛과 어둠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극은 우리에게 묻는다. 타인의 재능을 향한 갈망이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얼마나 처절하게 우리를 갉아먹을 수 있는가를 말이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증오했지만, 그를 통해 예술적 영감과 삶의 활력을 얻었던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모차르트가 죽자 그의 음악적 영감마저 사그라들고 오직 죄책감과 후회만 남은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파괴적인 욕망의 끝이 무엇인지를 처절하게 목도하게 된다.


결국 연극 <아마데우스>는 단순한 진혼곡을 넘어, 우리 삶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관계’와 ‘욕망’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타인의 뛰어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비극적인 레퀴엠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영원히 고통받는 살리에리의 고백이자, 동시에 인간의 내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향한 진혼곡처럼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울림은 극장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아, 끊임없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 원문 링크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8175

@ 아트 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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