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난 그 사람을 귀여워해보기로 했다

사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by 알음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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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들어 SNS 속 댓글 창을 열기가 더 무서워졌다. 그 이유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무자비한 비난, 무분별한 혐오 그리고 익명의 어두운 질책들까지. 나를 향한 말들이 아님에도 내 연약한 살 속에 콕콕 박히는 말들이 지배적이다.


그중 들어온 한 댓글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이게 다 ~ 우리 사회에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래”


이 글을 읽고 한참 동안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고분고분 따져보면 이상한 글귀인데, 누구나 반박할 수 없는 사실 그 자체인 것 같아 쉬이 반론할 수 없는 이상한 촌철살인이었다.


사실 내 경험에 빗대어 보았을 때도 사람을 싫어할 이유는 충분히 넘쳐났다. 지하철에 오고 내릴 때 규칙 없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모습들, 길을 건너면서 휴대폰 속 사람과 대화하느라 내가 마주할 수많은 사람들을 놓치는 안타까운 행위들, “나만 아니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수도 없이 버려진 길거리 위 양심들. 뭐 그런 것들이다. 내가 쓴 글이지만, 이 문맥 속에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덧붙여진 듯하다.


그래서 특히 이 책을 읽고 싶었다. 표지부터 “사람을 기획한다”고 밝힌 편은지 PD의 기획자 노트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사람을 대할지 궁금해졌다. PD는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해야 하고, 다른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특히 갈등이 발생했을 때 중간 위치에서 조율하는 것 또한 기획자의 책무이다. 인간을 싫어해도 더 싫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하다 기획자, PD가 된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감히 요약하자면, 이 책을 읽는 내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나”의 범위에서 벗어나 진정한 역지사지를 누릴 수 있는 첫걸음을 선물한다고나 할까. 그중 참으로 공감한 첫 단추는 아래와 같다.


“한 사람의 감정적 맥락은 한 순간에 생긴 감정 기복이 아닙니다. 그가 느낀 결핍과 불안이 만들어낸 확실한 크랙, 즉 틈입니다. 그 틈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결국 기획의 방향조차 틀어지게 됩니다.” (p.35)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틈, 결핍과 불안이 만들어낸 그 깊은 골짜기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 큰 원인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제 저자는 권한다. 그 틈을 들여다보라고! 기획을 위한 행위일 수도 있겠지만 그와 대화하고 관계를 축적할 때 크랙의 생성 원인, 크기, 촉각을 파악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다. 그 시간은 또한 이렇게 재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성”


단점. 누군가를 멀리하기 딱 좋은 핑곗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핑계라고 일컬은 이유는 그가 가진 단점이 우리가 그를 미워할 수 있다는 이유를 만들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이해하고, 기획하고, 새로운 영역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크랙 속으로 들어가보는 건 어떨까? 그럼 잠시 묻혀있던 사람이, 사랑이 조금씩 캐지지 않을까 한다.


구교환, 이옥섭 감독을 아는가. 우연히 마주한 TV 프로그램에서 그들을 이렇게 말한다.


“저는 어떤 사람이 미워지면, 그 사람을 귀여워해 보려고 해요. 그럼 더 미워지지 않더라고요”


미움을 귀여움으로 바꿀 수 있는 역량은 우리에게 있다. 미움을 장점으로 가리거나, 고치라고 힐난하기 전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있는지, 내 마음속 다른 원인이 있지는 않은지 시선의 방향을 나의 쪽으로 우회하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잠시 시간을 가지고, 시선을 돌리고, 생각을 다시 해보면 이 세상엔 귀여움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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