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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음다움 Jun 29. 2023

돌이킬 수 없는 영화들

나로 살 바엔, 거짓으로 변신하겠어.


  시놉시스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 보이. 별 볼일 없는 리플리의 삶.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기회도 없고, 행운도 기다리지 않는다. 이제, 서글픔만 안겨주던 뉴욕을 뜰 기회가 찾아오는데, 어느 화려한 파티 석상에서 피아니스트 흉내를 내다 선박 부호 그린리프의 눈에 띈 것. 그는 믿음직해 보이는 리플리에게 망나니 아들 딕키를 이태리에서 찾아오라고 부탁한다. 


  이태리로 가기 전, 리플리는 딕키의 정보를 수집한다. 딕키가 좋아하는 재즈 음반을 들으며 그를 느낀다. 드디어 이태리행, 프린스턴 대학 동창이라며 딕키에게 서서히 접근한다. 어느새 딕키, 그의 연인 마지와도 친해진 리플리. 마치 자신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평생 써도 바닥나지 않을 재산, 아름다운 여인, 달콤한 인생, 자유와 쾌락.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해지는 마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초조해지는 리플리의 결말은 어디에 닿을까? 


  # 리플리 증후군 



  최근 <안나>라는 작품을 쿠팡 플레이를 통해서 접한 적이 있다. 해당 작품은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여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삶을 뺏으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이 <리플리>라는 영화를 본 이후 이 영화와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다는 점을 알아냈고, <안나>와 비교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해시태그와 키워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안나와 톰 리플리의 가장 큰 공통점은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서 자신의 삶처럼 거짓으로 살아갔다는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점점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정말 소름 돋고 무서운 병이지만, 이 또한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의 결여로 인해서 생긴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평범하고 볼품없는 나로 살 바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겠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바로 안나와 톰 리플리의 차이점이다. <안나>와 <리플리>에서는 해당 주인공들이 남의 삶을 뺏기 시작한 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안나>에서는 자신을 부려먹던 부잣집 딸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돼서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그녀의 삶을 빼앗고 나서도 그 딸의 이름을 빌리면서까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플리>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발적 범죄”이다. 내가 생각하는 리플리 증후군과 실제 리플리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성향을 조금 더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표현한 것은 <리플리>가 더 가까운 것 같다. 자신을 무시한 대상을 매우 동경했고, 심지어는 그에게 애정을 느꼈는데, 순간의 화와 우울감으로 인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것이 톰 리플리의 지속적인 거짓말의 원천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나의 다른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빼앗고, 누군가를 속이면서까지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남을 속이는 것보다 나를 속이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점, 이 부분이 리플리 증후군에서 가장 무서운 포인트인 것 같다. 


  # 비치는 것과 들리는 것 



  이 영화에는 거울과 물이 많이 등장한다. 물에 비친 모습이라던가, 거울로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디키와 리플리가 서로의 모습이 매우 닮아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부분은 앞으로 리플리가 디키를 모방하고 그의 삶을 빼앗아, 그가 대신 디키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암시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거울과 거울이 디키와 리플리를 겹쳐서 보여주었을 때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고, 내가 만약 리플리였다면 그의 모습과 디키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때마다 그가 디키를 대신하고 싶다는 욕구가 피어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큰 장점은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디키가 좋아하는 My Funny Valentine이 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해당 곡에 대한 사전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쳇 베이커가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던 1988년 당시, 그의 잘생긴 외모와 벨벳 같은 목소리는 이미 40년 동안 계속된 약물남용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런 최후를 맞이했지만, 쳇 베이커는 “My Funny Valentine”을 부드럽고 나지막하게 부르던 잘생긴 외모의 상처받기 쉬운 영혼으로 대부분 기억된다." 

  

  해당 노래를 부른 Chet baker를 묘사하는 ‘상처받기 쉬운 영혼’이라는 단어가 한눈에 들어왔다. 톰과 디키가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해당 음악이 많이 흘러나왔었는데, 톰과 디키가 두 사람 다 상처받기 쉬운 영혼이었기에 이 노래를 삽입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분명히 애정 기류가 보였는데, 그렇기에 연인을 부르는 듯한 노래인 이 곡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한 마디 하자면, 디키는 톰 입덕 부정기였을 수도..    


  이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건드리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사랑과 죽음 그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피터와 디키를 사랑했지만 자신의 범죄 행각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들을 죽인 톰 리플리처럼, 너무 사랑해서 살인이 일어나고 살인이 일어나고 나서도 그들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인 리플리의 모습에서 과연 저런 모습이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톰 리플리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일까 의문이 들었다.



@ 원문 링크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5544

@ 아트 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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