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변해갈 때, 말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언어가 관계안에서 변화하는 모습

by kate

Before Sunrise · Before Sunset · Before Midnight


비포시리즈로

세편의글을 써보려한다.


비포 시리즈 세 편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시간선으로 묶어 보려고 한다.


이 영화들이 특별한 이유는 분명하다.

제작방식도 특별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도 아주 특별하게

나의 인생영화이다.


제작방식은
두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걷고 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말의 결이 완전히 달라지는 과정을
세 영화를 통해 20년의 세월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지만 실제로 두 배우가 살아온거 마냥.


영화가 나올때 마다 이 영화를 여러번 보고 또 보면서

그 안에 대화들을 씹어먹듯이 여러번 듣고 또 들었다.


첫 영화 **Before Sunrise**가 나왔을 때는 1995년이었다.

나는
만나다 싸우다 헤어 지고 다시 만나고를 진하게 하고

나서 결혼을 하던 해였다.


그 시절 이 영화는
설명하기 어려운 설렘을 남겼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밤새 걸으며 나누는 대화는
사랑의 약속도, 미래의 계획도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 충분해 보였다.


말은 가볍고, 자유로웠다.
아직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 언어,
그래서 무엇이든 말해볼 수 있었던 시간.


두 번째 영화 **Before Sunset**에서
그들의 대화는 나에게 더 강하게 다가왔다.

아직 관계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말 속에는 이미
지나온 시간과 말하지 못했던 감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직선적이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솔직해 보이는 대화.
고백이라 부르기엔 늦었고,
아무 일 없었다고 넘기기엔 너무 많은 것이 담긴 말들.


그 영화에서
대화가 감정을 숨기는 동시에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영화 **Before Midnight**를 봤을 때,
나도 이미 결혼 생활을 20년 가까이 지나온 뒤였다.


영화속 그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세월을 살아온 느낌처럼

이 영화의 그들의 대화는
더 이상 설렘은 빠져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서 동질감 동시에 위로감이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대신, 함께 살아온 시간 속에서
쌓이고 닳아버린 말들의 표정을 보여준다.


상대의 말투 하나,
문장의 끝맺음 하나에서
서로가 오래 함께 지낸 시간들이 드러난다.


그들의 대화는
나에게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조금 아프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비포 시리즈는
사건이 아니라 대화의 변화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처음엔 말이 관계를 가볍게 만든다. 그다음엔 말이 관계를 붙잡으려 한다.

마지막엔 말이 관계를 시험한다


나는 이 시리즈를 통해
관계가 변해갈 때
언어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를
하나씩 따라가 보려 한다.


각 편에서
말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관계의 시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1편: 비포 선라이즈 — 말이 아직 안전했던 시기

2편: 비포 선셋 — 말이 늦어졌을 때

3편: 비포 미드나잇 — 말이 너무 정확해졌을 때


다음 글은

말이 감정 표현이나 정보 전달을 넘어서
관계의 상태를 조정하고 드러내는 행위로 바라보는 관점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따라가보려한다.


같은 문장이라도
관계의 거리와 시간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무게로 작동한다.
비포 시리즈는 그 변화를
사건이 아니라 대화의 결로 기록한 영화라고

생각하기에

따라가면서 살펴보기에 아주 적절하다.


작가의 이전글가족은 왜가장 낮은 register로 말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