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한때 세계를 대신했다.
무엇을 그렸는지, 어떻게 그렸는지가
곧 무엇을 믿을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그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고
대상은 반복되었고,
형상은 익숙해졌으며,
보이는 것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게 되었다.
몬드리안 이후,
이미지는 다른 선택을 한다.
더 이상 보여주지 않기로,
설명하지 않기로.
사과도, 인물도, 풍경도 사라지고
화면에는
선과 비례, 관계만 남는다.
이 구조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고,
해석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그는 의미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의미가 만들어질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래서 이 화면 앞에서
독자는 더 이상
작가의 말을 따라갈 수 없다.
무엇을 보았는지,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이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때부터
독자의 태도는 달라진다.
해석을 시도하기보다
해석을 유예하고,
판단을 내리기보다
구조를 신뢰한다.
이 변화는
무책임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성숙처럼 보였다.
보이지 않지만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 질서,
의미를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되는 틀이 있을거라는
믿음.
몬드리안은
모든 판단을
독자에게 넘긴것이다.
이 태도는
곧 다른 형태로 굳어진다.
구조는 보이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해줄
사람들이 필요해졌다.
그 순간부터
구조는 다시
대상이 되어버리는 순간을
우리는 보게되는것이다.
다음글은
모든 판단을 떠안은
독자들, 우리들의
모습을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