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을 동경하며.
우리도 자연처럼 너그러워지기를.
이전과는 또 다른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래진 잎사귀가 바람을 맞으며 이리저리 고갯짓을 하고 있다. 이파리를 품은 줄기도 가볍게 몸을 흔든다. 멀리 보고 있노라면 마치 빛이 반사된 강의 표면이라도 보는 듯한 반짝이는 일렁임이다.
자연은 유연하다. 시시각각 변하며 주어진 환경으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한다. 부드럽게 몸짓하는 가지를 보며, 좀처럼 휘어지지 않던 나도 같이 흔들려보려 바람에 몸을 실어본다. 경직된 채로 살아왔던 지난 시간이 함께 흔들린다.
무엇이 그리 자신 있었을까. 쉽게 판단하고 단정 짓던 시간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제는 무엇도 확언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명료한 사람이 되고 싶어 기를 썼건만, 이제와 보니 오류 투성이다. 나는 아무것도 빚어내지 못했다. 명료함은 점토가 아니었다. 내 두 손엔 모래가 흩어지고 있을 뿐이다.
내게는 매듭짓는 습관이 있었다. 확실히 아는 것처럼 뭐라도 규정지어 놓지 않으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뒤면 나는 곧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야만 했다.
나는 수없이 부딪쳤다. 그때마다 부서진 조각들을 다시 주워 담았고, 복원이 되기는 할까 애가 탔다. 그러고 나면 원형은 자취를 감추고 그곳엔 다른 내가 있었다. 세공이 아니라 소모였다. 내가 지워진 자리는 허상이 대신했다. 나를 깎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볼품없이 느껴졌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이 생각은, 나 하나로는 충분치 않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내가 그토록 명료하려 애쓴 이유는, 존재로서의 빈틈을 어떻게든 메꿔보려는 허영에서 태어난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빈약했던 실체가 겨냥한 많은 생각들. 결국엔, 완전하지도 못할 완벽주의였다. 이런 내게 자연은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한다. 곳곳에서 산소처럼 있기를, 나를 대신해 선언해 준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연이 일러준 대로, 백사장에 손가락으로 ‘나 다녀감’ 적어두는 걸로 내 할 일은 한 것이라 여겨도 좋았다.
나뭇잎이 조금 못생겼다고 해서, 꽃이 지는 모습이 지저분하다고 해서,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않듯이, 나도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이미 충분한 것임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단순함을 동경하게 되었다.
부서져 고르지 못한 면에 더 많은 빛이 반사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부서져도 나답게 반짝이기를 바란다. 반짝이는 무언가에 홀려 단점조차 잊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기로, 나는 다짐했다. 더는 비틀어보고, 돌려보고, 뒤집어 보며 나를 검열하지 않겠다. 이미 나는 있는 그대로 자연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