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한 첫 걸음
학창 시절 필자는 추운 겨울날이면 친구들과 함께 친구네 논 밭에서 볏짚과 잔 나뭇가지를 활용하여 불씨를 만들어 군고구마를 구워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항상 의욕만 넘치고 빨리 군고구마를 먹고 싶다는 집념으로 생각 없이 불씨를 크게 만들어 군고구마가 아닌, 탄 군고구마를 먹으며 다음에는 불 조절을 잘해서 우리가 원하는 군 고구마를 먹겠다는 귀여운 다짐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군고구마와 씨름을 하고 난 뒤 잔잔하게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오순도순 추위를 녹이며 서로의 고민과 안부를 물으며 이런 다짐을 하였다. ‘우리 나중에 꼭 어른이 되어서도 우정 변치 말고 서로 응원해 주며 격려해 주는 그런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자’고 말이다.
그렇게 모닥불 앞에서 다짐을 하였던 우리들은 15년이 지나도 한결같이 만날 때마다 16살 그때로 돌아가 아름다운 우리들의 추억을 공유하며 서로의 안부를 챙겨 묻는 관계로 지내고 있다. 우리에게 달라진 점은 이전 보다 자주 못 만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참으로 신기하다. 예전보다 더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이야기도 주고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가 지날수록 우리들의 관계의 깊이는 더 깊어지고 견고해질 수 있는지 말이다. 이것에 대해 필자는 다시 15년 전 모닥불 앞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모닥불 앞에서 오랜 시간 이야기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추운 겨울날 따뜻한 모닥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닥불과의 적당한 거리에서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 안에서 불을 쬐고 있었기에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모닥불과 우리의 적당한 거리처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간의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오랜 시간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모닥불이 아닌 활활 타오르는 불이라면 우리는 그 불과의 거리가 굉장히 멀어져야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발치에서 불을 쬐며 온전히 따뜻한 온기를 느끼지 못한 채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이 처럼 우리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한쪽의 마음이 너무 커지거나 혹은 서로를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속도가 맞지 않을 경우 또는 서로에게 너무 간섭을 하고자 하는 경우 등 타인(개인)이 가지고 있는 적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늘 상대방과 함께 호흡을 하면서 맞춰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함께 오래도록 같이 있어도,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많더라도, 마치 내가 저 사람을 다 아는 것 같이 보일지라도 우리 모두는 다 다른 사람이다. 그렇기에 알고 있어도 때로는 모르는 척해야 하고, 만약 모르는 것이 있어도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알려고 적극성을 보이는 것보다는, 나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마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고 이를 통해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15년 전 군고구마를 먹기 위해 모닥불을 함께 피우며 서로의 인생사를 고민하던 나의 친구들과 성공적인 불 조절을 통해 탄 군고구마가 아닌, 잘 익은 군고구마를 먹으며 앞으로의 15년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도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며 적당한 거리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사이가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추운 겨울 앙상한 나무를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지만 15년 전 군고구마를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던, 그때의 우리들의 순수하고 풋풋하였던 추억으로 춥고 쓸쓸할 수 있었던 겨울날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학창 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내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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