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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Oct 23. 2021

나는 그래도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한끼줍쇼 이효리의 소신발언을 떠올리며

"그냥, 아무나 되."


몇년 전 강호동, 이경규가 진행하는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에 가수 이효리가 나왔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강호동은 묻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경규는 뒤돌아보며 "훌륭한 사람 되어야지."라고 말한다.

이효리는 "뭘 훌륭한사람이 되. 그냥 아무나 되."라고 말한다.



이 장면의 짤이 한동안 SNS에 돌아다니며 이효리의 소신발언이라고 주목받았다.

나도 그 땐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훌륭해지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지. 그렇게 말한다고 모두가 훌륭해지는 것도 아닌데..

애한테 부담 주는 것보다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크게 하는게 젊은 생각이야.



요즘 문득 그 장면이 떠올랐다.

이왕이면 내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지 않나?



이효리는, 그 때 내 마음은, 왜 "굳이 훌륭한 사람 되려고 노력하지마"라고 생각했을까? 

'훌륭한' 이라고 하면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님처럼 정말 범접할 수 없이 

대단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그때는 그 말이 꼭 '내 성적으로 갈 수 없는 대학에 가라.' 라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왜 그토록 어른들은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고 귀에 박히게 말씀하셨던 걸까?

그 말의 진짜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훌륭한을 어학사전에 검색해보면

1. 뛰어나다, 좋다

2. 존경할 만하다, 가치 있다, 칭찬할 만하다

라는 뜻을 갖는다.



오래전부터 어른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있었네.

아이를 낳고 하나의 소우주가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그 때는 못했던 생각들이 올라온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은

꼰대스러운 조언이 아닌

어떤 일을 하며 살든 그 일이 너에게 가치 있기를, 

세상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당시 이효리의 소신발언이었던 

"뭘 훌륭한 사람이 되~ 아무나 되 그냥."이라는 말이 경계된다.

교육의 격차는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차이에 영향을 받는다.

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과연 "그냥 아무나 되."라는 말을 들으며 성장할까?

교육 수준이 낮은 환경에서 "그냥 아무나 되. 너 하고 싶은 거 해." 라는 말은 

어쩌면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이면 아래 '네 인생 네가 사는거야. 그러니깐 너가 알아서 해.'라는 

보이지 않는 방임의 위험이 있지는 않을까.



@ unsplash


내 생각에 아이를 키우는 어른은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할 때 까지 책임지고 바른 길로 안내하고 

독립적인 개체로 살아갈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부모의 양육철학에 따라 그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결코 "넌 그냥 아무나 되."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난 오늘도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한다.

"우리 아가, 엄마는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크던 작던 세상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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